사물인터넷(IoT) 기기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거대 좀비 기기로 변모한다. 좀비가 된 IoT 기기가 특정 표적을 향해 공격 명령을 동시다발로 이행하면 대규모 네트워크 장애 등으로 사회 혼란이 야기된다.

13일 최근 보안업계는 사이버 공격을 유발하는 IoT 좀비 군단을 잇달아 발견했다. IoT 기기 좀비화는 당장 사이버 공격이 발생하지 않아도 거대한 잠재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IoT 기기는 특성상 악성코드에 감염되기 때문에 좀비가 됐는지 확인이 어렵다. 발견하더라도 많은 기기 대상으로 동시에 보안 업데이트를 할 수 없다.

시스코 위협인텔리전스팀 탈로스는 최근 세계 54개국 라우터와 네트워크결합스토리지(NAS) 기기 50만대 이상을 감염시킨 'VPN 필터' 악성코드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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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는 초기 링크시스, 마이크로틱, 넷기어, TP링크, 큐냅 등이 출시한 가정용 라우터 16종이 감염됐다고 밝혔다. 이후 에이수스, D링크, 화웨이, 유비쿼티, UPVEL, ZTE 등이 만든 라우터까지 추가되면서 감염 대상 기기는 71종으로 급증했다.

공격자는 가정용 또는 소규모 오피스용 라우터, 스토리지 장비로 구성된 좀비 네트워크를 이용해 글로벌 파괴 공격을 준비한다. VPN 필터 악성코드는 정부 후원을 받는 사이버 공격이다. 해당 좀비 네트워크는 탈로스가 발견한 것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탈로스 관계자는 “대규모 위협을 방어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면서 “감염된 IoT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된 데다 잘 알려진 취약점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IoT 기기는 악성코드 방지 기능이 없고, 일반 사용자는 보안 패치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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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PN 필터 악성코드 좀비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IoT 공격도 감지됐다. 가디코어랩은 세계 4만여대 서버와 모뎀, IoT 기기가 감염된 '프롤리(Operation Prowli)' 공격을 발견했다.

주로 금융, 교육, 정부기관 등 9000여곳 기기 4만여대를 공격했다. 공격자는 감염된 기기와 웹사이트를 암호화폐 채굴이나 악성 사이트로 이동시키는데 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공격 명령을 내릴 수도 있어 어떤 형태로 변화될지 예측은 불가한 상태다.

포티넷 포티가드랩은 2016년에 발견된 미라이 악성코드 변종이 최근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주목했다. 위키드(WICKED)라는 변종도 나타났다.

F5는 지난해 IoT 기기에 텔넷 무차별 공격이 전년 대비 249%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커가 IoT 기기 공격 감행을 늘린 증거다. 공격자는 취약한 IoT 기기를 계속 스캔, 좀비로 만든다. 감염된 IoT 공격 트래픽 목적지는 여러 곳이다.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감염된 좀비를 이용, 특정 사이트를 마비시킨다.

IoT 사이버 공격은 계속 지능화된다. 2016년 12월에 발견된 미라이 봇넷은 대규모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을 가해 북미 지역 인터넷을 3시간 동안 중단시켰다. 미라이 이후에는 하지메 랜섬웨어로 진화했다. 브릭커봇은 IoT 장치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파괴성 악성코드였다. 금전 목적이 아니라 네트워크 마비 목적이 강했다.


<표> 주요 IoT 악성코드

보안업계, 사이버 공격 가능한 IoT 좀비 대군단 발견

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