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 목표 담은 포괄적 합의문 서명

65년 만에 마주한 북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 목표를 담은 포괄적 합의문에 서명했다.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진 뒤 25년 넘게 합의와 파기를 반복했던 두 나라가 6·12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출발점에 올라섰다. '합의문'이 과거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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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합의문에 서명하고 이를 교환했다. 두 정상이 이날 오전 10시 세기의 담판을 위해 회담장으로 향한 뒤 4시간 반 만이다.

합의문은 △양국 평화와 번영 의지에 따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 안정적인 평화 구축 협력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서약 △전쟁포로·실종자 원상 회복 등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합의한 내용에 대해 “이것은 포괄적 문서”라며 “우리는 좋은 회담을 가졌고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우리는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덮고 새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문건에 서명한다”면서 “세상은 이제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과 같은 이 자리를 위해 노력해 준 트럼프 대통령에 사의를 표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합의문에 사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내용) 과정을 빠른 시간 내에 착수할 것”이라며 “한반도의 모든 관계가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단히 크고 위험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좋은 결과가 저희 둘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언론 보도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서명식은 5분간 진행됐다. 서명을 마친 양국 정상은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았다. 두 정상이 합의안에 서명 직후에는 수행원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후 두 정상은 이날 오전 첫 악수를 나눈 사진촬영 장소로 돌아와 간단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만날 생각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이다”며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매우 유능하며, 그의 나라를 매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단독 정상회담에 이어 배석자가 함께 하는 확대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의 '담판'은 140분간가량 소요됐다.

합의문은 2시간 넘게 이어진 단독과 확대 회담을 거쳐 현장에서 즉석으로 일부 타결된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회담 전날까지도 실무진이 만나 합의문 초안 작업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단독 회담이 끝난 뒤 회담 결과를 묻는 질문에 “매우, 매우 좋았다”면서 “큰 문제, 큰 딜레마를 해결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상세 내용을 소개했다.

이날 합의문은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90여일간 밀당 끝에 나온 결과문이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로 나아가는 여정의 '첫 단추'로서 의미가 크다.

앞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이 북미 간 비핵화 담판의 길을 텄다면,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상호 공유했다.

이에 따라 북미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의 중대 걸림돌인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프로세스를 10년 만에 재가동한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이어져온 적대관계도 청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비핵화를 비롯해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은 공개되지 않아 과제로 남았다. 양측이 합의문과 별개로 이행 일정 등을 논의했을 수 있지만 실제 이행까지는 여러 고비를 넘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두 정상은 공식적인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건물 밖으로 나와 카펠라 호텔 정원을 짧게 산책하기도 했다. 산책 시간은 1분 남짓으로 매우 짧았지만 두 정상은 통역 없이 정원을 거닐며 친밀감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의 '카펠라 산책'은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독대하던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나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