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회담 확정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질나는 '트위터 힌트'는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지켜보는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잘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북미 정상은 우리 한반도의 운명을 걸고 거래한다. 어떤 합의를 이끌어 내는 지에 따라 우리 미래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준다.

동북아 역내 힘의 균형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 있는 의제인 만큼 주변국도 머리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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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카펠라호텔 전경. <출처: 호텔 홈페이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섣부른 기대는 경계해야 하지만 우려에만 매달려도 안 된다. 현실을 현실대로 직시해야 한다.

이번 회담은 북측의 필요조건 대 미측의 충분조건 협상이다. 북한은 비핵화 필요조건으로 안전한 체제보장을 요구한다. 미국은 비핵화 충분조건으로 단시일 내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한다.

맞교환하면 되지 않겠냐고 할 수 있지만, 온전히 성사되려면 문화·정신·의식 조건이 함께 충족돼야 한다.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서 '검증가능한 비핵화' 목표를 명기했지만 파행으로 끝나버렸다. 뿌리 깊은 불신감이 상처로 남아 있다.

비핵화 담판을 최종 목표로 두더라도 이들 만남 자체는 '치유의 첫걸음'이 돼야하는 이유다. 북미가 속 깊은 대화를 나눠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길 바란다. 그래야 잘 아문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휴전선을 넘나들었고, 도보다리에서 조용히 산책했다. 그간 눌러 담아온 불신의 마음을 풀어버린 순간이었다. 그 순간의 감정이 2차 회담을 만들었다고 본다. 싱가포르 회담에서도 이런 장면을 보고 싶다. 북미 정상이 서로를 보듬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결행에 한목소리를 내는 기회가 되길 바래본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