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기간에 밀월을 과시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200억 위안(3조4천억원) 규모의 원자력발전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특히 미국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원자로 건설사업을 러시아에 넘기며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거뒀다.

홍콩 명보(明報)는 10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뉴스를 인용해 누얼 바이커리 중국 국가에너지국 국장과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Rosatom)의 알렉세이 리카체프 회장은 지난 8일 베이징에서 원전 협력과 관련한 문건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합의 문건에는 랴오닝(遼寧)성 후루(葫蘆)도에 위치한 쉬다바오(徐大堡)원전의 3, 4호와 장쑤(江蘇)성 롄윈강(連雲港)시 톈완(田灣) 원전의 7, 8호에 러시아제 신형 원자로 VVER-1200를 탑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모두 200억 위안에 달하는 이 사업에는 중국이 개발 중인 원자로 CFR-600와의 협력안도 포함됐다.

Photo Image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와 함께 러시아는 중국의 창어(嫦娥)-4호 달탐사 프로젝트에 사용될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발전기를 제공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8일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진 뒤 양국간 원전 협력과 관련해 "러시아는 다른 어떤 국가와도 이런 협력 사업을 벌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양국간 원전협력 사업이 확대되면 그 규모는 1천억 위안을 넘어서며 양국의 역대 최대 규모의 원전 협력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쉬다바오 원전에 러시아제 원자로 2기를 장착하기로 한 합의결과는 원전업계의 예상을 뒤집는 내용이다. 이 원전은 1기 사업 1, 2호에 이미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자로를 채용하기로 계약이 돼 있으며 나머지 4기의 원자로도 모두 AP1000 채택이 유력한 상태였다. 통상 한 원전에는 동일한 기술의 원자로를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 핵공업그룹(CNNC·중핵그룹) 자회사가 개발을 맡는 쉬다바오원전은 1,000MW급 원자로 6기를 건설 가동할 계획으로 아직 착공된 상태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러시아에 원전 수주와 일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며 "원전 기술강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중국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중국과의 밀월을 기반으로 미국이 맡은 1기 사업보다 2기 사업을 먼저 착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톈완 원전에도 1기 사업의 1, 2호, 2기 사업의 3, 4호 모두 러시아의 AES-91형 원자로가 채택됐고 3기 사업 5, 6호 원자로에는 중국핵공업그룹의 M310+ 개량형이 장착된다. 7, 8호 원자로는 AES-91 개량형인 VVER-1200이 사용된다.

시 주석이 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에게 엄청난 선물 보따리를 안긴 셈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SCO 회의 기간 끈끈한 밀월을 과시하고 있다. 두 정상은 베이징에서 톈진까지 함께 고속철도를 타고 가 아이스하키 청소년 친선경기를 관람했으며 톈진의 특산품인 고급 만두 거우부리(狗不理)를 즐기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자신이 직접 거우부리 만두와 전병과자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전병을 시 주석에게 맛보라고 전해주면서 "기억해둬라. 내가 만든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