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낙찰제는 물품, 서비스, 인프라 등 납품 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입찰 참가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다. 시장경쟁 원리가 잘 반영되고, 발주자는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낙찰에만 급급해 저가 수주 이후 부실을 낳을 우려가 있다. 공공 부문은 가격만 강조돼 기술 발전 저해 소지가 크다. 혁신 기술 기업이 발붙이기 어려운 시장 구조를 만든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소프트웨어(SW), 정보통신기술(ICT) 등 분야를 중심으로 '혁신 성장 지원 등을 위한 공공조달 혁신 방안'을 마련, 공공조달이 창업과 벤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 장치를 마련했다. 최처가낙찰제를 폐지해 공공조달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춘 것이다.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 기술 등 비가격 측면을 강조한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가격 위주 심사 관행이 유지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은 거론할 필요도 없고, 중견 IT서비스 기업도 영업이익률이 1%대에 머문다. 업계는 주력 분야인 공공IT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영업 손실 수준이 우려된다고 표한다. 공공 입찰조차 '제 살 깎아먹기 식' 최저가 입찰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SW는 기술과 노하우 등이 응축돼 제품마다 성능의 차이가 있다. 무조건 싼 SW를 구매하는 것은 정보시스템 운용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SW를 구매할 때는 가격뿐만 아니라 성능·기술 평가가 당연히 수반돼야 한다.

정부는 문제를 인식해 행정안전부 고시로 '행정·공공 정보시스템 구축 시 기술능력평가 배점 한도를 90점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규정만 개정한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손을 놓으면 안 된다. 종합심사낙찰제가 해법이라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 스스로가 최저가 입찰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공공조달 시장에서 혁신 기술 기업을 받아 주고 이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거름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