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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권하는 정부·공공기관...병드는 ICT 산업

발행일2018.06.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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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도 정부와 공공기관이 '최저가 입찰' 풍토를 조장, ICT 기술 발전과 경쟁력을 무너뜨리고 있다. ICT 생태계 근간인 통신과 소프트웨어(SW) 분야에 '기술'보다 '가격'을 우선하는 '적폐'가 만연하다.

통신 분야에선 최근 철도통합망(LTE-R) '2단계 최저가 입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물론 공공안전통신망 포럼, 정보통신산업진흥원까지 발주처인 서울교통공사에 발주 방식 변경을 요구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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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최저가 입찰은 1단계 기술 평가에서 일정 점수(85점 이상)를 받은 업체를 선별하고, 2단계에서 최저가 제안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전화 등 기능이 단순한 장비를 구매할 때 예산 절감을 위해 적용한다. LTE-R처럼 첨단 통신 기술이 필요한 분야엔 적합하지 않다. 2단계 최저가 입찰은 사실상 업체 간 저가·출혈 경쟁을 조장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입찰 참여 업체 대부분이 85점 이상 받아 이후엔 가격을 낮게 제안하는 업체가 사업을 수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찰 참여 업체 수익성 저하는 물론 품질 저하, 이용자 안전 보장에도 악재다. 궁극으로는 저가 중국산 장비가 도입될 가능성이 짙고, 보안성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2단계 최저가 입찰은 잦은 분쟁을 유발한다. 서울지하철 5호선 유선 전송망 구축 사업은 종료 시점을 두 달 넘겨 지체보상금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기술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2단계 최저가 입찰 문제점을 단면으로 보여 준다.

2단계 최저가 입찰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정부 조달을 책임지는 조달청은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 평가 세부 기준'을 신설했다. 기술과 가격 평가 배점을 8대 2로 하되 관련 규정에 따라 10점 이내에서 배점 한도를 가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가격 배점을 최대 30점으로 늘릴 수 있다. 기업은 조달 등록을 하려면 가격 배점을 낮추는 '최악'을 택하고 있다.

조달청은 “기획재정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및 계약예규에 있던 내용을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발주 실무 기관인 조달청이 평가 지침까지 새롭게 신설한 것은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SW·IT서비스 기업 입장이다.

IT서비스 기업 임원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은 대개 기술과 가격 배점 비율을 9대 1 또는 8대 2로 책정한다”면서 “그러나 발주처는 예산 절감을 위해 조달청 기준에 따라 가격 배점을 높이는 상황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계약법에 기술과 가격 배점을 9대 1(HW 비중이 50% 이상인 경우 8대 2)로 명시했다. 업계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는 이보다 가격 점수 배점을 높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한다.

정보화 사업이 최저가 입찰 등 가격에 좌우되면 기술 경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술 중심 평가가 이뤄져야 ICT 생태계가 발전하고 품질도 높아진다. 기술을 개발해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대신 '최저가'를 적어 내면 그뿐이다.

업계는 기술보다 최저가를 우선시하는 풍토에서 발주처 인식 개선을 요구한다. 복잡한 통신망이나 정보시스템을 최저가 입찰로 구축해도 된다는 안일한 판단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중요 사업에서는 최저가 입찰 방지를 위한 명확한 세부 규정 마련 필요성도 거론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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