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물인터넷(IoT)사업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투자가 턱없이 부족해 말만 무성한 실속 없는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IoT투자 동향과 주요국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08~2017년까지 10년간 세계에서 이뤄진 IoT 투자는 3631건에 1506조원에 달했다. 국가별 투자 누적 액수는 미국이 1078조4710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이어 중국(113조3400억원), 독일(17조4980억원)순이었다. 특히 미국은 2위인 중국의 10배, 세계 투자액 70%를 차지했다.

문제는 우리다. 일본(4조2220억원)에 비해 높지만 11조7260억원에 그쳤다. 미국에 비해 100분의 1, 중국과 비교해도 10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무역협회는 국내 IoT 투자는 2010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2014년까지 2조원대로 정점을 찍은 후 부진한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인수합병도 미흡했다. 세계 IoT 인수합병 거래 122건(피인수 기업 기준) 중 한국은 8건에 만족했다. 그나마 상위 10대 IoT 빅딜 중 삼성의 하만 인수가 7위로 체면치레했다.

IoT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기본 인프라다. 사물과 사물끼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개념은 보편화했으며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도 주요 통신과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서비스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시스템에서 자동차 원격 시동과 블루투스 통화, 원격 관제까지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2020년까지 500억개에 달하는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전망돼 시장도 밝다.

국내 IoT 성과가 부진하다는 진단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주요 나라와 비교해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마디로 '속 빈 강정'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총점검에 나서야 한다. 네트워크에서 플랫폼, 서비스까지 IoT산업을 꼼꼼히 짚어보고 투자를 포함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