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용량당 원가'를 줄이기 위해 적층 단수를 높이거나 셀당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쿼드레벨셀(QLC) 제품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연내 현 64단에서 적층 수를 50% 이상 높인 96단 3D 낸드플래시 V96을 화성과 평택 공장에서 양산한다. 이와 함께 경쟁사보다 한발 빠르게 적층 수가 128단인 S128을 개발·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5세대(96단) V낸드는 연내 양산 램프업(생산량 확대)을 목표로 하고 4세대(64단) 제품 비중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업계 2위 도시바메모리는 지난해 6월 합작 공장을 운용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과 함께 96단 3D 낸드 기술인 BiCS4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도시바메모리 지분 매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양산 능력 확보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펼쳐진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도시바 둘 가운데 누가 먼저 고객사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양산을 시작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인텔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마이크론도 최근 96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이 순조롭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다소 후발 주자인 SK하이닉스는 연내 96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연내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내년에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낸드플래시 적층 단수를 높게 쌓는 이유는 용량당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96단 3D 낸드플래시는 기존 64단 제품에 비해 동일 칩(Die) 면적에서 용량을 40~50% 더 확보할 수 있다”면서 “2D 시절에는 회로 선폭을 좁히는 것이 3D로 넘어오면서 적층 수 확대 경쟁으로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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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LC 64단 낸드플래시 칩을 탑재한 마이크론의 SSD 5210 ION.

용량당 원가를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셀 구조와 컨트롤러 기술의 혁신이다. 지금은 셀당 2비트를 저장하는 멀티레벨셀(MLC)이나 3비트 저장이 가능한 트리플레벨셀(TLC) 주력으로 판매된다.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쿼드레벨셀(QLC) 기술을 적용하면 TLC보다 33%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다만 셀 하나에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경우 수명이 짧아지는 단점이 있다. 이 같은 단점은 컨트롤러 기술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마이크론과 인텔은 최근 QLC 기술을 적용, 64단 3D 낸드플래시 칩 하나로 테라비트(Tb) 용량을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구성돼 현재 출하가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론과 인텔은 '업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이미 QLC 기술 개발을 끝내고 학회 등에서 해당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상용화 시기는 경영진의 전략 판단에 달려 있다. QLC 제품이 대중화되면 기존 제품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는 물론 SSD 시장 1위인 삼성전자 입장에선 QLC로 빠르게 전환할 이유가 많지 않았다. 도시바의 경우 96단 낸드플래시 제품에 QLC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