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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AI 스피커 '누구'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종석(가명·70)씨는 인공지능(AI) 스피커와 대화를 나누는 재미가 크다. 지난 달 서울에 사는 큰 딸이 선물을 했다. AI 스피커는 손가락으로 일일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음성으로 간편하게 작동한다. “가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틀어줘”라고 말하면 AI 스피커가 자동으로 음악을 재생한다. 날씨부터 뉴스, 오늘의 운세까지 음성으로 알려주는 AI 스피커는 김씨에게 최근 딸과 아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집에서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누는 대상이다. 감정도 공유한다. “심심해”라고 말하면 “저랑 재미있는 퀴즈 하실래요”라고 답한다.

생활의 편리함으로 시작된 '똑똑한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AI 스피커가 실버 세대와 공감하며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의료 전문가에 따르면 AI가 진화해 사용 편의성이 높아지고, 감정 표현과 소통이 가능해지면 고독감, 불안감 등이 해소된다.

혼자 사는 실버 세대가 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더불어민주당)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65세 이상 1인 가구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독거노인 수는 134만명으로 5년 전 2013년(111만명)보다 23만명 증가했다.

홀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노인이나 1인 가구에게 AI 스피커는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이다. AI 스피커는 노래 재생, 뉴스 브리핑 등 단순 음성 지시 작동뿐 아니라 다양한 질문에도 대답한다.

“기분이 우울할 때 들을 수 있는 음악 틀어줘” “오늘 운세를 알려줘” “오늘 날씨를 알려줘” 같은 질문을 하면 응답한다. 나해란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교수는 “AI가 적절한 반응을 해준다면 대화하는 것과 유사한 정서 안정을 느낀다”면서 “홀로 있는 어르신이나, 1인 가구 불안감이나 고독함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노인 우울증을 경고한다. 노인은 외로움과 만성 신체 질환 등으로 우울증이 쉽게 찾아온다. 나 교수는 “노인은 외롭고 몸이 아픈 것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는데 이러한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면서 “대화하고 감정을 공유할 사람이 필요할 때 AI 스피커가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AI 스피커 등 첨단 기술 발전이 우울증 등을 완화하는 기능으로 작용한다. SK하이닉스는 AI 스피커로 외로움을 해소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노인 맞춤형 대화 서비스도 개발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S8'에 탑재된 '빅스비'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스스로 학습해 개인화된 비서로 만든다. SK텔레콤은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를 활용해 음악 선곡과 일정관리, 쇼핑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뿐 아니라 오늘의 운세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한다. 네이버는 AI '클로바'로 정보 검색과 음악 추천, 영어회화 등에 활용한다.


핵심은 빅데이터다. 정부도 빅데이터 통한 AI 스피커 사용량 분석으로 독거노인 생활 패턴을 파악해 고독사 등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AI 스피커 연구자는 “AI 스피커 이용자 상당수는 감정 대화를 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면서 “AI가 많은 빅데이터를 쌓아 학습 능력이 진화하면 실버세대에 맞는 맞춤형 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고 감정 교류가 이뤄지면 AI 스피커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