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체계적인 시장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모든 전기차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는 이미 범용 제품을 써왔다. 하지만 중국 배터리는 우리와 종류도 다른데다, 국내 전기차에 장착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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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선진운수가 일반 노선에 운영 중인 중국 중통버스의 전기버스. 선진운수와 중통은 1년 여 현장 테스트를 통해 배터리 등 주요 부품 교체와 차체 전반을 개선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가 보조금 자격을 획득한 한국과 중국산 전기버스 8개 모델 중 국산 버스는 전부 니켈코발트망간(NCM)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반면 중국산 전기버스는 1개 업체를 제외하고 자국산 리튬인산철(LFP)·리튬티타늄(LTO)을 사용한다.

최근 서울시가 연내 전기버스 30대를 도입할 목적으로 한 보급 설명회에 국내 업체 4곳(현대차·자일대우·우진산전·에디슨모터스)과 중국 업체 4곳(BYD·포톤·하이거·중통버스)이 참여했다. 이들 전기버스 대부분은 국토부와 환경부가 인정한 도로 운행 허가, 국고 보조금 지원 자격을 획득했고 최소 1대 이상 실적도 확보했다. 이들 중국 전기버스는 현지 대규모(연간 2500대 이상) 판매 실적을 갖춰 국제법에 따라 국토부 안전 주행시험 등 별도 인증·평가 없이도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차량별 주요 부품이나 시장 검증 상황은 한국산과 크게 다르다. 현대차 등 국산 3개 업체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 국토부 별도 배터리팩 운행·안전 평가도 통과했다. 반면 중국 업체는 대규모 제작자 인증제를 통해 서류만으로 국산차와 같은 시장 자격을 갖췄다. 국토부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으로부터 액중투입·열노출·과중전/과방전·단락·연소·낙하·전자파 등 배터리팩 시험인증에 통과한 국산 전기버스와는 상반된다.

이에 업계는 국산 전기버스 수준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직까지 국내 전기차에 장착한 적이 없는 리튬티타늄(LTO)이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했기 때문에 주행성능뿐 아니라 충·방전 등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스티어링, 브레이크 등 서스펜션이나 전기모터를 포함한 파워트레인 등도 검증이 필요하다.

실제 지난 2015년 중국 버스업체 A사가 한국 시장에 진출해 판매·유통 협력사까지 확보했지만, 주행 성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계약이 파기됐다.

이 가운데 반국산화를 통해 한국에 정착한 중국 버스 사례도 있다. 중국 중통버스(구 에빅)는 국내 운수업체와 1년간 현장 테스트를 통해 자국 배터리를 국산으로 교체했고, 파워트레인과 차체 설계도 수정했다. 이 중국산 전기버스는 현재 운수업체에 대량 공급 중이다.

전기버스 업체 한 대표는 “안전 평가를 해보지 않아 모터나 브레이크·서스펜션 성능을 알 수 없고 특히 국산보다 두 배 더 무거운 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했기 때문에 승객을 다 태웠을 때 버스가 그 하중을 버틸지도 의문”이라면서 “정부가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쏟기 때문에 배터리 팩 인증 등 별도 평가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표】국내 진출한 한·중 전기버스 업체별 현황(자료 업계·각사)

[이슈분석]국내 써본적도 없는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