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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매트리스 제조사 제품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파문이다. 방사성 물질을 다량 함유한 모나자이트를 매트리스 소재로 사용한 것이 화근이다. 모나자이트에는 천연 핵종인 우라늄과 토륨이 함유됐다.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하면 각각 라돈과 토론이 생기면서 방사선 피폭이 발생한다.

사실 라돈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는 흔한 물질이다. 라돈은 암석이나 토양, 지하수 등에 존재하는 우라늄이 붕괴를 거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무색·무미·무취의 무거운 비활성 기체다. 시멘트 등 건축 자재에도 존재한다.

사람은 일상생활 가운데 자연스럽게 방사선에 노출된다. 토양, 물 등은 물론이고 햇볕, 공기에도 일부 포함돼 있다. 1년 동안 노출되는 방사선의 85%가 자연방사선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라돈이다. 누구나 일생 동안 라돈과의 동거를 피할 수 없다.

흔하디흔한 라돈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독성 때문이다.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라돈을 석면과 함께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흡연 다음으로 폐암 발생원인 2위에 꼽혔다.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린다.

라듐을 발견한 마리 퀴리도 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라듐은 처음 발견됐을 때 엑스레이 장비, 형광페인트 원료로 쓰였다. 생수, 치약, 초콜릿에도 라듐이 들어갔다. 신비의 물질로 각광받았지만 이후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수십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작용에 시달렸다.

라돈의 95%가 숨을 들이쉴 때 인체에 들어온다. 미세먼지와 흡착도 잘한다. 대부분 날숨 때 밖으로 빠져 나가지만 남아있는 소량이 문제를 일으킨다. 라돈과 라돈이 방사능 붕괴를 하면서 생기는 라돈자손은 인체 내에서 붕괴를 일으킨다. 이때 알파선을 방출해 폐조직을 파괴한다. 라돈의 연쇄 붕괴과정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폴로늄(218Po, 214Po), 비스무스(214Bi), 납(214Pb) 등 자손을 생성한다. 폴로늄은 과거 러시아 스파이 살해 때 쓰인 맹독성 물질로 해독제도 없다.

우라늄이 45억년, 라듐이 1600년 반감기를 가진 반면 라돈은 반감기가 3.82일에 불과하다. 라돈자손은 반감기가 시간 단위로 더 빠르다. 몸 밖으로 배출되기 전에 방사능 붕괴를 해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의미다. 방사선에 노출된 폐세포는 유전자가 손상된다. 라돈자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폐세포가 손상되고, 그 손상이 누적되면 폐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라돈은 '새집증후군'도 유발한다. 새집이나 건물 등에서 장시간 생활하다보면 두통, 현기증, 집중력 감퇴 등의 증세와 기관지염이, 천식 등 질환을 앓는다. 라돈, 포름알데히드, 석면, 담배 연기, 곰팡이, 각종 가스 등이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다. 이런 환경에서 장기간 노출된 소아의 경우 백혈병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라돈은 침투성도 좋다. 건물의 갈라진 틈, 벽돌과 벽돌 사이, 벽돌의 기공, 바닥과 벽의 이음새, 건물에 직접 노출된 토양, 빗물 배관로, 관로 사이, 건축자재 등 작은 틈을 놓치지 않는다. 최대 95% 가량이 토양으로부터 건물 바닥이나 벽의 갈라진 틈을 통해 들어온다. 건축자재로 인한 라듐 발생량은 약 2~5%, 지하수에 녹아 있던 라돈이 실내에 유입되는 경우는 1% 내외다. 실내로 들어와 농도가 높아지면서 인체에 영향을 끼친다.

실내 라돈 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측정이 우선이다. 일반 가정에선 수동형 검출장비인 알파비적검출기를 많이 사용한다. 플라스틱이나 셀룰로스 같은 고체 필름 표면에 알파입자가 입사될 때 생성되는 미세한 손상을 통해 라돈 농도를 측정한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보급이 활발하다.


그 다음은 환기다. 계절과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환기해 집안 공기를 배출해야 한다. 집안의 틈새를 메우는 것도 중요하다. 토양중의 라돈가스를 모아 실내를 거치지 않고 바로 건물 외부로 배출시키는 라돈관을 토양밑에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