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발표한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 대책'에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는 '무대책'이라며 한 숨이 쏟아졌다. 중소·중견·벤처기업계는 부족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추가 보완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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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IT서비스와 SW업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했지만 지원 대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IT서비스와 SW업계는 특정 시기에 사업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가 불가피하다. 때문에 업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을 요구했다.

IT서비스산업협회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1년 △선택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최소 6개월~최대 1년 확대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SW산업협회도 탄력적 근로시간제 관련 단위기간 연장 등을 요청했지만 이날 정부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미 △적정기간 산정, 과업변경 최소화 등 SW산업진흥법 개정 추진 △300이상 대기업 업계 소통과 현장 모니터링 강화 △300인 미만 기업 컨설팅 제공 등을 주요 대책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날에도 발주문화 개선을 위한 관련법 개정과 현장 모니터링 강화, 맞춤형 컨설팅 제공 등을 되풀이 했다.

SW업계 관계자는 “적정기간 산정, 요구사항 상세화 등은 현장안착 대책과 별개로 이미 진행되는 부분이고 법안 통과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면서 “당장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실질적 대책을 우선 검토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견관제 인력 재조정이 한창인 사이버보안 업계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안랩과 SK인포섹, 이글루시큐리티 등은 평상시에는 52시간 근무에 무리가 없지만 고객사 사이버 공격 발생이나 국가 사이버위기 경보 등 비상 근무시에 문제가 발생한다. 비상 근무를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가 절실하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비상 상황 근무와 관련해 고객과 협의 중”이라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현행 제도로는 적법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중견기업계는 실효성 있는 추가 보완 대책을 촉구했다. 중소기업계는 인력공급 대책이 더 구체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사업장 인력난으로 인해 법정시행일 전에 근로시간을 조기에 단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달라는 입장이다. 취업기피현상이 심한 생산직 빈 일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조치해줄 것을 주문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중견기업계도 인건비 증가와 함께 생산라인에 즉각 투입될 만큼 숙련된 인력을 적시에 충원하기 힘든 고질적인 이중고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벤처업계도 소규모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적인 정책이 지속적으로 나오길 기대했다.


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근로자 삶의 근거인 임금이 감소하는, 노사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현장 실태를 지속 점검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업종·지역별 근로시간 단축 차등 적용 등 추가 보완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