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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비효율·불합리로 요약되는 국내 기업의 후진적 조직문화가 다소 개선됐으나 여전히 근본적 변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88%가 국내 기업문화 현실에 대해 '청바지 입은 꼰대, 보여주기, 무늬만 혁신, 삽질' 등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와 맥킨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기업의 기업문화와 조직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를 14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16년 1차 진단 후 2년간 기업문화 개선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대기업 직장인 2000여명을 조사한 '기업문화 진단 결과'와 국내 주요기업 8개사(대기업 3개, 중견기업 3개, 스타트업 2개)를 분석한 '조직건강도 심층진단 결과'를 담았다.

대기업 직장인을 대상으로 기업문화를 조사 결과, 2년전 후진적 기업문화 요소로 지적 받았던 습관적 야근, 비효율적 회의, 불통의 업무방식 등이 다소 개선됐으나 여전히 낙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문화 개선효과를 체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일부 변화는 있으나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이 59.8%, '이벤트성으로 전혀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28.0%로 직장인 87.8%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근본적인 개선이 됐다'는 응답은 12.2%에 그쳤다.

기업문화 개선활동에 대한 평가에서도 '무늬만 혁신', '재미없음', '보여주기', '청바지 입은 꼰대', '비효율' 등 부정적 단어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주요 기업 조직건강도를 심층 분석한 결과에서도, 조사대상 8개사 중 7개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약체인 것으로 진단됐다. 4개사가 최하위 수준, 3개사가 중하위 수준, 1개사가 중상위 수준이었으며, 최상위 수준은 없었다.

세부 영역별 진단결과를 보면 책임소재, 동기부여 항목에선 국내기업이 상대적 우위를 보인 반면 리더십, 외부 지향성, 조율과 통제(시스템), 역량, 방향성 등 대다수 항목에서 글로벌 기업에 뒤졌다.

대한상의는 조직건강을 해치는 3대 근인으로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비합리적 성과관리, 리더십 역량부족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국내 기업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4대 개선과제로 △빠른 실행 업무프로세스 △권한·책임 부여된 가벼운 조직체계 △자율성 기반 인재육성 △플레잉코치형 리더십 육성 등을 제시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빠른 경영환경 변화 대처에 필요한 역량으로 유연성을 꼽지만 이에 적합한 체계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조직은 흔들리게 된다”면서 “프로세스, 구조, 인재육성, 리더십 등 조직운영 요소 전반에 걸쳐 '역동성'과 '안정적 체계'를 동시에 갖춘 '양손잡이'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상의는 기업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기업문화 개선방향을 논의하고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한편 플레잉코치형 리더십육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업무방식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자와 기업문화 개선 지침서로 삼을 기업문화 표준매뉴얼도 제작·배포할 계획이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