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존재하는 미생물 유전자를 분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생성되는 원리, 질병 연관성 등 분석에 유용하다. 우리 정부도 예산을 투입해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발효식품 강국이어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학계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전 세계에 걸쳐 아직 초기 스타트 단계여서 우리나라가 역량을 모으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일선 현장 사정은 정반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받은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이 정작 국내에서는 판매조차 안 된다. 코엔바이오는 지난해 FDA로부터 김치 유산균을 이용한 건강음료를 일반의약품(OTC)으로 허가 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신청했지만 절차와 기준이 복잡해서 시판을 단념했다. 세계 최초로 미생물이 뿜어내는 나노소포로 질병 진단 기술을 확보한 MD헬스케어는 1년 넘게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인·허가 규정 미비가 원인이다. 우리 규제 당국 무관심 속에 시장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선진국 움직임은 다르다. 마이크로바이옴이 현대의학의 한계를 해소시켜 줄 기대주로 꼽히며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이에 맞춰 미국은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미생물 치료제제(LMP)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정책위원회도 R&D 성과가 실제 의료 현장에 쓰이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식품, 서비스, 신약 등에 대한 인·허가 규정은 물론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국내 실정과 대비된다.

세계 인체 미생물 영역은 R&D 단계다. 상용화 단계에 먼저 올라서는 것이 성공 관건이다. 글로벌 시장 주도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R&D 단계 기술이 제품·상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아직 인·허가 사례가 충분치 않은 만큼 정부는 기업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