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LG유플러스 입성을 계기로 방송통신 전체에 극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망 이용대가는 물론이고 망 중립성, 주문형 비디오(VoD), 콘텐츠 등 방송통신 산업에 직·간접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페이스북 등 미국 콘텐츠 사업자(CP)의 한국 시장 공습 영향과 대책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통신망에 재앙적 충격”
통신사가 바라보는 넷플릭스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 '재앙'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파장이 넓고 깊다.
넷플릭스를 도입하는 LG유플러스가 초반에는 효과를 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IPTV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거나 경쟁사 가입자를 끌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모바일·초고속인터넷 등 결합상품 효과도 예상된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는 머지않아 '재앙'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통신사 우려다.
LG유플러스로 가입자 이탈이 시작되는 순간 SK브로드밴드, KT 등 경쟁사도 넷플릭스를 유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IPTV 3사가 넷플릭스를 공급하자마자 가입자 유치 효과는 '제로(0)'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3사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가입자가 움직일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남는 건 '퍼주기'에 따른 혹독한 대가다.
굴욕에 가까운 매출 분배, 공짜나 마찬가지인 캐시서버 제공 등 후폭풍을 통신3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콘텐츠 매출 90%를 가져가고 캐시서버를 무상 제공받는다는 게 넷플릭스 글로벌 공통 정책이다. 통신사는 남는 게 거의 없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 같은 조건은 통신망에 재앙적 충격”이라면서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망 이용대가, 첫 단추 잘 끼워야
넷플릭스는 세계 1억2500만명 가입자를 거느릴 정도로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을 보유했다.
제휴 조건이 비상식적이지만 가입자 유치 효과가 매력적이다.
넷플릭스는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신규 가입자 유치가 절실한 사업자, 즉 하위 사업자를 우선 공략했다.
넷플릭스는 영국에서 2위(버진미디어)·3위(BT)와 손잡았고 스페인에서 2위(보다폰)·3위(오렌지), 프랑스에서도 3위(부이그) 사업자를 먼저 공략했다. 수년 안에 해당 국가 VoD 시장 1위를 석권했음은 물론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도 LG유플러스에 이어 SK브로드밴드, KT가 넷플릭스를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울며 겨자먹기'로 굴욕적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넷플릭스는 통신망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드라마·영화 등 장편인 데다 고화질이다. 유료서비스라 품질도 보장해줘야 한다.
통신 3사가 넷플릭스를 도입하면 유튜브와 국내 유·무선 트래픽 70%를 장악할 것이라는 극단적 예측마저 제기된다.
통신망 주권을 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방지하려면 캐시서버를 무상으로 내줘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적절한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를 제대로 받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연쇄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이 벌이는 망 이용대가 협상이 마무리 단계다. 국내 최대 트래픽 유발자이면서 망 이용대가를 거의 내지 않는 유튜브와 재협상을 하려면 명분도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망 무임승차를 하면 나머지 사업자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진다.
통신사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건물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장사하는 격”이라면서 “눈앞의 이익보다 산업 전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