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이 한국지엠 회생 방안에 조건부 합의를 이뤘다. GM이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직후 우리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지 70여일 만이다.

정부·산은과 GM은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 총 71억5000만달러(한화 7조7000억원)의 자금 투입할 계획이다. 또 우리 정부가 요구한 한국지엠의 '10년 이상 유지'와 산업은행 '비토권' 등도 이번 합의안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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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암만 GM 총괄 사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여당 한국지엠대책특별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한국지엠 회생방안을 논의했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댄 암만 GM 총괄사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이 같은 정상화 방안을 담은 조건부에 합의했다. 합의안은 정부·산은이 선결 요건으로 제시한 △10년 이상 한국시장 체류 △20% 초과 자산 처분, 양도 거부(비토)권 조항 △조건부 출자확약서 발급 등이다.

GM은 산업은행과 협상에서 자금 투입 규모를 13억달러 늘리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GM측 투자금액은 출자전환과 신규투자를 합쳐 64억달러(약 6조9000억원)로 늘었다. 산은 역시 지분율 만큼 투자액을 늘리면서 신규자금 투입액은 당초 5000억원 수준에서 8100억원(7억5000만달러)으로 늘어난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GM이 10년 이상 한국시장에 체류하기로 결정한 부분이다. 앞서 정부와 산은은 일자리 15만개가 달려 있는 만큼 최소 10년 이상은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내용에 동의해줄 것을 강력하게 제안했다. 지원금만 받고 한국에서 철수하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또 GM 측은 합의안에 따라 신차 2종을 배정하겠다고 밝힌 데다 정부에 제출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신청서를 통해 향후 10년간(2027년까지) 생산·사업계획을 담아 10년 이상 국내 체류조건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번 합의는 GM 본사의 1분기 기업설명회(IR) 컨퍼런스콜 전 협상 마무리를 희망한 'GM 2인자'인 암만 사장이 전격 방한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급물살을 탔다.

암만 사장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을 찾아 이동걸 회장과 40분가량 면담했다. 이어 암만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대책특별위원회와 간담회에 참석해 “(한국지엠 구조조정 관련) 현재 대부분의 중요한 문제 해결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다”고 밝혔다.

암만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이날 저녁 미국에서 열리는 1분기 기업설명회(IR) 콘퍼런스 콜에 앞서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 방안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기 위해서다. IR에서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소개하기 위해선 대략적인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 전 대략적인 합의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건부 합의에 따른 본 계약은 산은이 진행 중인 한국지엠 실사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는대로 체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노동조합의 찬반투표에서 가결됐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는 25∼26일 조합원 1만1987명 중 1만223명이 2018년 노사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6880명(67.3%)이 찬성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