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 확산 속도가 더디다. 정부가 대출이자 할인, 부동산 포털 연계, 공공물량 전자계약 전환 등을 추진하지만 녹록치 않다. 강도 높은 확산 대책이 필요하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 전자계약 누적 건수는 이달 중순 기준 9540여건으로 집계됐다. 수백만 건에 달하는 전국 연간 부동산 거래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 해 8월 전국 시행 이후 행복주택만으로도 연내 1만 건은 성사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마저도 달성하지 못했다. 전자계약을 활성화해 정책 시행과 시장 동향의 격차를 줄이려던 국토부 구상도 주춤했다.

부동산 전자계약은 종이 계약서를 대신해 전자계약 시스템에 접속해 PC·태블릿·스마트폰 등으로 작성하는 계약이다. 종이, 인감 없이 공인인증이나 전자서명으로 거래계약을 맺고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보관하는 형태다. 계약서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어 안전하다. 실거래신고나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정부는 전자계약 확산을 위해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어 구매자·세입자에게 주택구입·전제자금 대출 이자까지 할인했다. 많게는 500만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가 참여하도록 콜센터를 감정원이 아닌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두는 등 공인중개사들의 요구도 반영했다.

정부로서는 부동산 전자계약이 자리를 잡으면 실거래가를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부동산 동향 파악에 도움이 된다. 현재는 거래 후 2개월 내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정책 시행에 대한 정확한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시간 실거래가가 집계되면 실거래가와 공시지가 간 격차를 줄일 수도 있다.

국토부는 활성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국토부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협약을 맺고 협회가 만든 부동산 포털 '한방'과 전자계약시스템을 연계하려 했다. 하지만 기술 문제와 시스템 차이로 인해 시스템을 연계하는 데 몇 달 더 소요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일 국토부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만나 방안을 찾기로 했다. 그나마 행복주택처럼 젊은 층이 이용하는 공공물량은 전자계약 시스템이 활발한 편이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국민임대·전세임대 등이 전자계약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직원부터 개인 부동산 거래시 전자계약을 우선적으로 체결할 수 있도록 전체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담당국장을 비롯한 고위공무원도 솔선수범 차원에서 전자계약 뜻을 밝히면서 직원 독려에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전자거래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공시지가 등 다양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면서 “공공물량부터 확산되도록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황기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국가 시책에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기존 틀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전자계약 신뢰도가 높은 만큼 전자계약서 자체로 등기하거나 세무신고를 할 수 있는 등 이점이 있어야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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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동산 업소 입구에 붙어 있는 안내문



<부동산 전자계약 이점>

이자할인, 공공 계약 추진에도 부동산 전자계약 지지부진...국토부 고심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