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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경기를 즐겨 보십니까? 스포츠 게임 관람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아마 올 초 전국민을 들끓게 했던 정현 선수의 뉴스는 눈에 띄었을 것입니다. 한국인 최초로 'US호주오픈' 4강전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이목을 끌만한 뉴스였지만, 만 스물 두 살 건강한 청년의 모습은 어떤 사람에게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어린 시절부터 틈틈이 탁구와 테니스를 하다보니 그의 경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요. 특히 그의 인상적인 경기내용과 함께 그가 걸치고 있는 옷과 신발, 안경까지 더욱 집중해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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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US오픈 테니스 현장의 모습.

‘왜 저 안경을 착용했을까?’로 시작된 질문은 유통인답게 단순 후원인지, 편리성에서 시작된 구매인지 여러 가지 질문을 낳았습니다. 사실 정현 선수의 안경은 어릴때부터 고도 근시였던 탓에 생활을 위한 도구로 착용하게 된 것이지만,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는데요. 이에 그가 착용했던 '오클리 플락 베타' 모델은 세계적인 선수의 브랜드로 가치가 올라가 한국 공식 수입 업체(룩소티카코리아)에게 수십배에 달하는 관련문의를 전달하는 상황까지 만들어냈습니다.

또 정현 선수가 경기당시 착용했던 프랑스 브랜드 라코스테의 손목밴드·의류, 나이키 신발, 요넥스 라켓, 라도 손목시계 등은 온라인 쇼핑몰 검색률 증가(44.9%, 신세계몰)와 사이즈 품절과 특별판매 등을 일으키면서 매출 증가(179%, 11번가) 등을 일으킬 정도로 유통업계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스포츠 스타의 용품 외에도 경기 자체에 대한 스폰서 기업들의 브랜드 홍보도 막강한데요. 정현 선수와 연간 5억원 규모의 스폰서십을 체결했던 삼성증권은 물론, 2002년부터 17년 연속 US오픈 후원사인 기아자동차도 전세계 중계 덕분에 6~7억 달러규모의 홍보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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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가 골고루 활성화 된 해외 스포츠 전문매장의 모습.

이처럼 스포츠 선수과 경기를 통한 마케팅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데요. 사실 스포츠 마케팅이 관심을 얻은 것은 '아디다스VS나이키' 구도가 가시화됐을 무렵입니다. 이들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후원사가 되기 위해서 인수합병과 스카웃, 패션디자이너와의 협력 등에 많은 투자를 하는 모습은 많은 브랜드 마케터나 유통업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죠.

일례로 아디다스보다 후발주자였던 나이키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과의 스폰서십 체결을 통해 에어 조던 등의 특별제품과 'Just Do It' 슬로건까지 다양한 브랜드 이미지메이킹을 진행했던 덕분에 위기의 순간에도 단단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업계에서 늘 회자되는 이야깁니다. 이에 질세라 아디다스도 '에슬레저룩'이라 불리는 패션 스포츠웨어의 유행을 불러왔으며, 남아공 월드컵에 전체 매출의 13.3%, 즉 당시 한화로 약 2조 5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등 큰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한때 대형 마트와 대기업 쇼핑몰 등에서 스포츠 용품 MD와 바이어로서 해외 시장조사를 해왔던 저에게 있어 이들 해외 스포츠 브랜드들의 활동은 많은 관심이 가는데요. 특히 국내와는 달리 특정 종목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스포츠 제품과 브랜드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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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입시와 업무 등으로 바쁜 생활을 보내는 국내 대중과는 달리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적인 스포츠 유저들이 많다는 점이 큰 차이겠지만, 세계적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우리 선수들을 둘러싼 국내 스포츠용품 유통분야의 한계도 분명하게 인식됐습니다.

특히 일반 상품과는 달리 스스로의 철학이나 스토리에 기반한 꾸준한 마케팅이 필수적인 스포츠 브랜드지만, 국내에서는 안타깝게도 단기적인 매출에 집착한 나머지 할인 또는 프리미엄 정책으로 일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두드러진다는 것이죠. 세계 최고 선수의 후원을 통한 인도스먼트(endorsement, 선수보증 광고)가 아닌 스포츠 스타의 단순 지명도를 활용한 스타마케팅이 주를 이룬다는 점도 분명한 한계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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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경기 전경.

저 역시 스포츠를 평생 즐기고 또한 그 분야가 좋아서 유통에 몸담고 있는 기업인으로서 한국 스포츠 산업에 걱정과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현 선수와 같은 글로벌 스포츠 스타의 발굴과 함께 자체적으로 꾸준한 스토리 개발과 노력으로 글로벌 메이커로 거듭나는 국내 스포츠 브랜드가 탄생되길 기원해봅니다.

필자소개/고현규

현재 트랜드코리아(TREND KOREA)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베이 소싱 에이전시 케이그룹 대표이사다. 이마트 상품 소싱바이어, LG패션 신규사업팀, 이베이 코리아 전략사업팀 등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