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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무 UN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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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화 울산대병원 교수.

울산과학기술원과 울산대병원이 협력 연구로 간암 치료의 실마리를 찾았다. 항암제가 잘 듣지 않고, 재발률이 70%에 이르는 간암 치료와 재발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정무영)은 권혁무 UNIST 생명과학부 교수팀과 박능화 울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하 공동연구팀)이 협력해 '톤이비피(TonEBP)'라는 유전자가 간암 발생과 재발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울산대병원 간암 환자 296명의 간 시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시료의 92.6%에서 암세포의 톤이비피 발현이 주변 세포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암이나 주변 조직의 톤이비피 발현 수치가 간암 발병에서 재발, 전이, 사망률과 연관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간암이 B형이나 C형 바이러스, 술, 지방간 등 발생 원인은 다양해도 발생 원리는 동일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권혁무 교수는 “간암은 발병 원인이 사람마다 달라 치료제를 만들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간암 발병 경로가 동일하다는 것을 밝혀 간암 치료에 큰 줄기를 잡았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톤이비피 유전자가 간암 재발과 항암제 저항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있는데 이 연구에 성공해 간암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1999년 존스홉킨스 의대 근무 시절에 톤이비피 유전자를 처음 발견했다. 당시 신장생리학 연구로 이름을 날리던 권 교수는 톤이비피가 신장에서 소변의 양을 정밀하게 조절하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 시 염증을 일으켜 감염 퇴치에 기여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어 '염증'을 일으킨다는 공통점에 착안해 톤이비피와 간암의 관계를 추적했다.

그는 실험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톤이비피 발현 양을 다르게 한 후 간암을 인위적으로 일으켰다. 그 결과 톤이비피 발현이 적을수록 암 숫자도 적고 암세포 크기도 작았다. 톤이비피가 간암에 영향을 미친다는 단서다.


이를 토대로 간암 전문의 박능화 교수와 함께 울산대병원 환자 데이터를 이용, 톤이비피가 간암을 일으키는 세포 손상, 산화 스트레스, 염증 등 여러 단계에 모두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환자의 90% 이상이 발병 원인에 관계없이 톤이비피 발현 증가에 따라 종양이 악화된다는 공통 경로도 파악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