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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 통신감독 당국이 16일(현지시간)부터 자국 내에서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 접속 차단 조치 이행에 착수했다.

러시아 미디어·통신 감독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는 이날 텔레그램 차단에 나서 일부 무선통신사업자들에 메신저 차단 조처를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로스콤나드조르는 또 텔레그램 금지 우회 도구들도 차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신저 차단 조치는 러시아 전역에서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타간스키 구역 법원은 앞서 지난 13일 텔레그램사가 메시지 암호 해독 키(Key)를 제공하라는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의 요구를 계속 거부한 것과 관련 메신저를 차단해 달라는 로스콤나드조르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텔레그램 창설자 파벨 두로프는 이날 러시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브콘탁테'에 올린 글에서 로스콤나드조르의 차단 조치가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에 큰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차단은 러시아인들의 일부 신상 자료가 미국이 통제하는 메신저인 왓츠앱과 페이스북으로 옮겨가게 함으로써 러시아의 국가안보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의 테러 위험은 극단주의자들이 다른 메신저나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암호화된 교신 채널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이전과 같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텔레그램이 VPN 없이는 한동안 접근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에 1500만 러시아인들의 삶의 질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FSB는 지난 2016년 7월 모든 인터넷 정보 사업자에게 온라인 통신 암호 해독 자료를 제공하도록 명령했다. 암호화된 SNS 등이 테러에 이용될 수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텔레그램이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FSB가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모스크바 구역 법원은 지난해 10월 텔레그램사에 80만 루블(약 1500만원)의 과태료를 내라고 판결했다.

텔레그램사는 과태료 납부를 거부하고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결국 기각당했다. 하지만 암호 해독 키 제공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SNS '브콘탁테'를 설립한 니콜라이 두로프와 파벨 두로프 형제가 개발한 무료 모바일 메신저로 지난 2013년 8월 첫 서비스가 시작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1억7000만명 가량이 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