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재가입하려면 11개 기존 회원국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하는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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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TPP 재가입 검토를 지시한데 따른 전망이다. 미국은 1년 3개월 여 전에 TTP를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TTP를 자국 경제의 '잠재적인 재앙'으로 규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TPP 복귀에 대해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다른 국가가 미국에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번 탈퇴한 만큼 재가입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 등 자국의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공화당의 존 튠(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직후 “우리는 농업 시장 확대를 원한다”고 밝혔다.

17∼18일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미국이 TPP에 복귀할 의사가 실제로 있는지, 실제 있다면 향후 협상은 어떻게 이뤄질지 가늠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TPP 전도사'로서 미국의 TPP 재가입을 꾸준히 모색했다. 아베 총리가 TPP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미국에 일본 시장을 일부 양보할지 모른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그러나 다른 TPP 회원국이 모두 미국의 뜻에 순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스티브 초보 호주 통상장관은 “미국이 테이블로 돌아오는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원점에서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TPP 협상을 '섬세한 유리세공'의 일부에 비유하며 재협상은 큰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와타나베 요리즈미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미국은 12개국의 TPP 협정에 합의했는데 떠났다”며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협상 규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TTP 재가입은 무역갈등을 겪는 중국에 대한 견제·압박용 카드의 성격이 강하다. 실제 TPP 재가입 의지가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이 TPP에 재가입하려면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기존 11개 TPP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 협상해야 한다. 11개국은 기존에 미국과 합의한 TPP의 일부 조항을 수정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협상을 타결, 지난 3월 서명했다.


내년 봄 CPTPP 발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재가입 문제는 협정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TPP 복귀와 관련, “(전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제안됐던 것보다 상당히 나은 거래여야 한다”는 단서를 달면서 험로가 예상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