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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열풍으로 암호화폐 공개(ICO) 백서 대필·검증 전문기업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정작 블록체인·암호화폐 연구는 부족해 관련 산업에 대한 건전 육성이 필요하다.

16일 김형식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본지와 만나 암호화폐 백서 부실함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요즘 백서를 대신 만들어주고 검증하는 회사가 있다”면서 “사업할 때 다른 사람이 사업계획서를 대신 쓰는 게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백서는 일종의 사업보고서 역할을 한다. 암호화폐 ICO에 앞서 투자자가 해당 코인에 대한 가치를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다. 그러나 실제 백서 대부분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꾸며져 있는 등 정보제공이 미흡하다. 백서에 대해 갖춰야 하는 세무 항목 규정도 없으며 코드검증조차 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ICO로 수백억원을 모았는데도 코드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상장 후 공시 정보를 올리지 않는 것과 같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지적은 지난 13일 한국정보보호학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서울 코엑스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암호화폐 정책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제기됐다.

이날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전문가가 백서를 판단해줘야 한다”며 “기술을 많이 아는 사람이 평가를 하고 VC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투자 등에 대한 관심은 선진국과 비교해 높지만 관련 연구기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우리와 달리 세계 대학은 관련 연구센터를 만들어 수 년 전부터 운영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크립토커런시 리선치센터,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디지털 커런시 이니셔티브(Digital Currency Initiative)가 대표적 예다. 우리나라는 고려대가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 암호화폐연구소를 개설했지만 이외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도 마찬가지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2.4년 격차가 있다. 관련 특허 통계를 보면 미국, 중국, 한국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특허 내부 영역을 보면 거래소에 대부분 편중됐다. 플랫폼과 서비스 등 자체 연구는 부족하다.

업계는 국내 연구부족 등을 정부의 부정적 암호화폐 정책에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투기 과열로 규정해 가급적 허용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강경기조다. 때문에 기관이나 학계에서도 섣불리 관련 연구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ICO를 증권거래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식 등록하도록 하는 등 건전규제로 이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단순히 강경규제로 갈 것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산업을 건강하게 육성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