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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뒷걸음치는 교육개혁

발행일2018.04.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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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오락가락 행정 탓에 국정과제로 꼽은 핵심 교육개혁조차 주춤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교육개혁 과제인 고교학점제부터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을 위한 각종 시범사업까지 줄줄이 미뤄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김상곤 부총리 취임 후부터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비롯해 교육 개혁 청사진을 그렸으나 여론 반발에 부딪히자 비난을 피하는 데 급급했다. 전문가 분석과 정책 결정자 철학에 따라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에 휘둘리면서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교육 특성 상 모든 여론을 만족시킬 수 없는 만큼 인기영합식 정책 결정은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사진만 화려한 교육개혁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혁신 △교육의 희망사다리 복원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직업교육혁신 △미래교육환경 조성 등을 언급했다.

고교체제 개선의 핵심 사항으로는 '교실혁명'을 가져올 고교학점제가 꼽힌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일정 수준에 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고교 교육이 입시에서 학생 성장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만 가능한 제도다.

이를 위해서는 성취평가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국정과제에서 고교학점제를 언급하면서 고교학점제를 2022년까지 전면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부 계획도 수립했다.

이달 공개된 교육부의 대입 개편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2022학년도 대입과 별개의 중장기 논의 사항으로 분류했다. 지난 해 수립한 계획이 틀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내신 절대평가가 2025년에 이뤄질지, 언제 이뤄질지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신 절대평가 없이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 난이도와 학습량에 차이가 생긴다. 학생이 입시 때문에 난이도가 쉬운 과목만 골라 들을 가능성이 있다. 고교학점제 껍데기만 남을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2022학년도에 고교학점제를 계획대로 도입해도 대입을 또다시 개편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송안이 대입정책포럼 등에서 논의된 대부분 안을 담았음에도 핵심 개혁 사항인 고교학점제가 쟁점과제에서 빠지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대입개편과 맞물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자니 현 고교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빠진 것으로 보인다.

Photo Image<게티이미지뱅크>

◇미래교육환경 조성도 뒷전으로

고등교육 질 제고와 평생직업교육혁신을 위해 중점 추진하는 것 중 하나인 매치업(한국형 나노디그리) 역시 청사진과 달리 미뤄지고 있다. 나노디그리는 미국 온라인 공개강좌(MOOC) 기업인 유다시티(Udacity)가 기업 요구를 반영해 6개월 내외로 운영하는 학습과정을 지칭한다.

국내에서는 '매치업'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 기업이 핵심직무를 발굴하고 평가방식을 결정하면 교육기관이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학습자를 모집해 교육하는 형태다. 지난 해 11월 기본계획을 발표한 후 올 해 1월 교육부와 KT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시작을 알렸다. 당초 교육부는 올 해 10개 과정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직무 발굴에 나설 기업을 찾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에 봉착했다. 상반기 내에 기업은 물론 교육기관까지 선정해야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지만 KT 외에 추가 기업은 현재로서는 없다. 협의체도 아직 발족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공모를 통해 이를 해결할 계획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교육은 반드시 교육기관이 시행해야 한다는 원칙에 매달리다 보니 MOOC나 나노디그리 등에서 다양한 교육주체가 나서기 힘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Photo Image<한국형 나노디그리 운영 흐름도>

평생 직업 교육을 강화하는 국가 직업교육 계획에서도 문제는 발견된다. 교육부는 전문대를 직업 교육 중심으로 개혁하겠다며 전문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작 교육부 평생교육지원 사업에 전문대는 빠졌다.

미래교육 환경 조성도 차질을 빚었다. 당초 올 해 시범사업으로 첨단 미래학교를 4곳 정도 선정해 미래 학교 모델을 개발하고자 했다. 지역 선정 문제에 대해 지역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올 해 추진 계획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미래학교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지식 전달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끼리 협력하는 선도 모델을 제시하는 사업이다. 온라인 중심 학습과정과 AR·VR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학생 간 협업과 체험 모델을 발굴하고, '거꾸로 학습' 등을 시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론에 휘둘리는 정책…책임은 담당자만

교육부는 비판에 직면할 때 이를 바로잡기 보다는 임시방편식 유예나 재검토 안을 내놓았다.문재인 정부 교육 정책이 '유예 정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사안마다 비난을 무마하는 형태로 유예하거나 재검토하다보니 전체 계획이 어긋나는 것도 문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연속성을 갖는 교육의 체계적인 혁신안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고교학점제 같은 핵심까지 흔들리는 처지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다면서 대입정책포럼 같은 포럼이나 국민참여 숙려제를 도입했다. 이마저도 다양한 여론이 쏟아지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우려가 제기되자, 차관이 대학 총장에게 전화해 대학의 학종 확대를 진화하려 했다. 학생부 개편 방안을 200여명의 시민 참여단이 대안을 마련하는 국민참여숙려제로 추진키로 한 것도 엇박자다. 학생부는 국민참여숙려제로, 학생부종합전형은 국가교육회의가 개편안을 만들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담당자 인사 발령까지 이어져 혼란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대입 개편 국가교육회 이송안 발표 이후 담당 국장이 지방으로 인사 발령됐다. 유치원 영어 방과후 수업 재검토 발표 후에도 담당국장의 지방 인사 발령이 있었다.


< 고교교육 혁신 과제 간 관계도 >



자료 : 교육부

[이슈분석]뒷걸음치는 교육개혁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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