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특허를 집중적으로 취득한다는 소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각국에서 보유한 특허가 지난해 말 11만9337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4만615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2만4860건으로 국내 등록건수가 뒤를 이었다. 유럽 1만509건, 중국 1만1005건, 일본 7086건, 기타 국가 9727건 등이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총 6072건 특허를 취득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로써 2006년 이후 무려 12년 연속으로 IBM에 이어 두 번째로 특허를 많이 등록한 업체로 위상을 드높였다.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이 공격적으로 특허경영에 나선 데는 특허로 사업을 보호하고 경쟁사를 견제하겠다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특허분쟁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미국을 중심으로 특허를 앞세워 우회적 통상 압박이 심화할 것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미국과 중국 무역 전쟁이 포문을 열었다. 상대적으로 특허·디자인·상표 등 지적재산이 강한 미국은 특허를 무기로 주요 나라를 압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중국은 지적재산 도용국가로 낙인찍고 강력한 무역제재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우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애플과 대규모 디자인 소송을 진행 중인 삼성은 최근에도 특허전문회사인 PACid에서 스마트폰에 적용한 생체인증 기술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당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지난 1월 '슈퍼 301조 특별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물밑 작업에 착수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대대적인 특허 공세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IT와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분야는 주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서 발생한 국내기업 특허 소송 58건 중 전기·전자와 정보통신 분야가 각각 23건, 14건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특허는 사후약방문이 통하지 않는다. 패소한다면 사업은 물론 산업 생태계 자체를 흔들 정도로 치명적이다. 치밀한 특허 전략만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