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에 나섰지만 난항을 거듭했다. 재계, 노동계 이견이 뚜렷해 양측을 만족시킬만한 묘안 찾기가 쉽지 않다. 국회 법 개정 논의 시한인 이달 안으로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 따르면 소위는 최근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관련해 각계 전문가와 노사 대표 의견을 수렴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노사 의견 청취 자리에서도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현행 최저임금제도가 시대에 맞지 않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지급·산정주기에 상관없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 '제수당 및 물품(현물급여 포함)'을 모두 포함시켜줄 것을 건의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근로자가 지급을 보장받는 모든 임금이 포함되면 노사 모두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어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준수여부를 따지는 산입범위가 합리적으로 조정된다면 노사 간 불필요한 논란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사용자가 초과노동비용(법정수당)을 낮게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기본급 비중을 낮추고, 상여금 및 각종 수당 도입으로 왜곡된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양대 노총은 공동의견서에서 “전문가 TF 권고안은 상여금, 정근수당, 근속수당 등 1개월을 초과하는 산정사유에 따라 발생하는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킴으로써 왜곡된 임금체계를 사후 정당화시켜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시키는 것은 노동자가 1개월 단위로 안정적으로 생계 계획을 세우고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최저임금제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시키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노사 대표 단체가 사실상 타협점이 보이지 않는 주장을 펼치면서 이 사안을 결정할 국회 고용노동소위원회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가 아직 뚜렷한 대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협상 테이블에 올린 방안을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의 법 개정 논의 시한은 사실상 4월까지다. 최저임금위는 법적 시한인 오는 6월 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 의결해야 한다. 개정법을 적용하려면 늦어도 5월까지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5월 임시국회가 열려도 6·13 지방선거로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 이견이 뚜렷할 경우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방송법 처리,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외유 논란'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국회 파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야 협상의 폭이 크지 않다.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여야 간사가 추후 논의를 위한 일정에 조속히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국회 일정상 이달 안에 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최저임금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앞으로 몇 차례 논의로 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달까지는 국회 논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4월 중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