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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법 개정안에 산업계 '부글부글'…외국 기업 "법 통과땐 한국서 사업 못해"

발행일2018.04.11 18:00

고용노동부와 여당 국회의원들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개정해 기업 첨단 기술 정보를 공개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11일 각계 비판이 쏟아졌다. 산업계에선 “힘들게 쌓아 온 기술이 단숨에 경쟁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해외 기업도 이 법안이 통과되면 영업 비밀 유출 우려로 한국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영업비밀이 공개되는 것이 제일 걱정이고, 해당 영업비밀 여부를 회사가 아닌 3자가 아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산업재해 입증 당사자가 아닌 '누구나'에게 자료가 공개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은 국가 핵심 기술로 보호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가 노하우를 유추할 수 있는 자료를 3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막대한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알 권리뿐만 아니라 기업의 영업 비밀을 보호하는 조치도 적극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반도체 디스플레이 재료 업체 고위 관계자는 “물질 정보를 만천하에 공개해야 한다면 한국 시장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본사에선 판매 허가가 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핵심 첨가제로 소량만 사용되는 물질은 당장 국내 수입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재료 업체 대표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전산에 공개되면 당장 죽는 건 중소·중견업체”라면서 “어렵게 개발한 신물질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반도체 공정 분야가 전문인 국내 한 대학 교수는 “장비 레이아웃이나 흐름은 반도체 분야에서 핵심 중 핵심 기술이자 노하우”라면서 “이러한 노하우는 생산성, 수율에 직결되기 때문에 관련 자료가 외부에 공개되면 중국만 좋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일부 환경 보건 분야 전문가들이 '그게 무슨 영업비밀이냐'고 말하는데 반도체 산업을 잘 알지 못하는 3자의 섣부른 판단”이라면서 “물질 한 점, 장비 배치 하나가 오랜 시간 쌓아 온 노하우이자 기술 그 자체”라고 역설했다.

국회에서는 산안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입장이 엇갈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사업장 노동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작업장 환경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면서 “기업 기밀을 공개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환노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당론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업 기술 유출) 우려가 따르는 것은 분명하다”며 법안 제정에 부정 견해를 밝혔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반도체 등 산업계에서 우려하는 의견이 있다면 고용부에 정식으로 의견을 제출해 주길 바란다”면서 “의견을 확인하고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업계는 이에 대해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감에 따라 이런 얘기를 실명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제한된 상황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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