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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취임 첫날부터 일자리를 챙겼던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성적표가 초라하다.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였는데도 지난달 실업률이 4.5%를 기록해 3월 기준으로는 17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았다. 취업자는 2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그쳤고, 실업자는 3개월째 100만 명을 웃돈다. 일자리 창출에 일로매진하겠다며 정부가 쏜아 낸 정책에 비해 고용지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정부 정책 실패를 탓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자리 정책 재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쏟아진 일자리 정책...'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우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취임 첫 번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립을 지시했다. 직접 위원장을 맡아 회의도 주재했다. 취임 후 집무실에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다양한 일자리 대책을 쏟아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해 6월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창업 생태계 조성을 통한 일자리 공급 계획, 공공영역 81만개 일자리 창출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후 일자리 창출, 일자리 여건 개선을 위한 11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소방·경찰 등 공공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때 근로자 임금 지원, 청년창업펀드 확대 등이 골자다. 추경안은 작년 7월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즉시 집행에 들어갔다.

올해 1월 문 대통령은 '청년일자리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후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청년일자리 대책 본부'를 설치하고 직접 본부장을 맡아 일자리 정책을 발굴했다.

지난 달 정부는 '청년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향후 3~4년 동안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실질소득 1000만원 이상을 지원해 대기업과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청년일자리 대책을 위해 이달 초 추경안을 또 긴급편성했다. 국회에 제출했지만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정부는 청년일자리 대책에 2조9000억원, 구조조정으로 위기에 빠진 지역 경제 활성화에 1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청년 창업자 법인·소득세 면제와 34세 이하 중기 취업 청년 소득세 면제, 청년고용 창출기업 및 위기지역 신규투자 세금감면 등 연간 9500억원 규모 세제지원도 추진한다.

이 같은 재정 투입을 통한 일자리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쳤다. 임금지원만으로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과거 대부분 정부가 추경과 세제지원 등 재정 확대를 통해 고용 창출을 꾀했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변화, 근원적인 노동구조개혁 등이 다방면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투입은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처럼 '미니추경'으로는 일자리 가뭄을 해갈하는데 큰 역할을 하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자리 위기 탈출, 민간 고용 시장 확대가 관건

전문가는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민간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의 일자리 창출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의도와 달리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법인세 인상 등 경제정책이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요소로 둔갑했다.

임규건 한양대 교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높여 고용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재정투입을 통해 만들어진 일시적인 일자리는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생기는 일자리는 30만개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졸자는 50만명이다. 고졸자까지 포함하면 일자리는 취업 희망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청년이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해결해야 한다.

신규 일자리 창출을 확대하면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의 신산업 육성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다.

현 지원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직원 임금지원에 치중됐다. 이들 기업 신규 취업자에게 몇 년간 연봉 1000만원 가량을 더 준다고 한들 취업문을 두드리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고용을 늘리기 위해선 임금 격차 해소도 중요하지만 구직자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 비전 등을 보고 최종 판단한다”며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가능성을 키우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정책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