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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위기의 대학, 구조조정은 시작됐다

발행일2018.04.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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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식전달은 더 이상 교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연히 대학 수요도 줄어든다. 더불어 등록금 수입도 준다. 역량진단 평가에 따라 대학별 정부 지원 격차는 더욱 커진다. 감원에 대한 정부 정책은 강도를 더해간다.

뿐만 아니다. 여러 대학에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교수의 미성년 자녀 공저자 등록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입시비리와 경영진 횡령·배임 사건 등 대학은 잠잠할 새가 없다. 성역으로 여겨졌던 상아탑에서 일어난 병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대학을 둘러싼 문제를 셀 수 없을 정도다. 구조조정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벌써 신입생 감소로 자진 폐쇄하는 전문대학도 나왔다. 앞으로 대학이 어떻게 혁신하느냐에 따라 미래 존폐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위기의 대학

가장 근본적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다. 출산율 감소로 벌써 유치원·초등학생 입학 정원이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정부 예상보다 더 빨리 40만명선이 무너졌다. 초등학생 신입생 수는 40여만명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초등학생 신입생 수는 적게는 700~800명에서 많게는 7만명 이상 줄었다.

전체 학생 숫자도 줄어드는 데 진학률도 떨어진다.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0.9%P 낮아진 68.9%를 기록했다. 대학이 취업을 보장해주지 못하는데다 지식 전달이 대학의 전유물이던 시대도 지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정 전공이 의미를 퇴색하고 있는 것도 진학률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추세가 이어지면서 이르면 내년에 고교 졸업자 수가 대학 입학정원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2020학년도 대학입시부터는 고교 졸업자 수는 물론 대학 지원자 전체가 대학 입학정원에 못 미칠 전망이다. 교육부는 2023년에는 대학 초과정원이 16만명을 넘어, 정원 미달 대학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학생 수 감소는 대학에 치명적이다. 국내 대학은 대부분 학부생 등록금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때문이다. 대학원 학생 숫자가 더 많은 해외 유명 대학과 다른 모습이다.

최경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발전기획단장은 “대학원 학생 수가 학부생 수보다 많은 대학은 서울대를 비롯한 몇 개에 불과하다”면서 “그동안 대학이 학부 등록금에 의존했던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인해 대학은 사실상 등록금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등록금은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를 넘지 못하는 상한제가 도입됐다. 학생 수는 줄고 주요 수익원이었던 등록금은 올리지 못하니 재정자체가 위태롭다.

대학의 정부 재정지원 사업 의존도가 높아졌다. 정부는 공교육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GDP 대비 지원 금액을 늘릴 예정이지만, 그 조건으로 대학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 기본 역량을 평가해 권역별로 상위 60%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하고, 그 안에 들지 못하는 대학은 정원을 감축해야 재정지원을 받는다. 교육부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총 16만명의 정원을 감축하기로 하고 실행 중이다. 수입이 늘어날 길이 딱히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지원을 받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의 격차는 커진다. 재정지원이 권역별로 이뤄지다보니 대학이 밀집된 수도권 대학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오는 8월이면 상위 60%와 하위 40%가 구분된다.

◇해법은 없나

위기는 대학이 자초한 면이 크다. 학령인구 감소는 2000년대에도 예고됐으나 이를 대비한 대학은 없다. 등록금 자율화에 기대 경쟁적으로 건물 같은 '하드웨어' 확충에 전념했다. 총장직선제와 맞물리는 시혜성 대학 운영 역시 등록금 인상에 불을 붙였다. 이는 몇 년 되지 않아 사회 문제로 대두돼 정부가 강력하게 인상을 제한하는 계기가 됐다.

해법은 결국 대학이 쥐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융합형 교육을 실현하는 것도 대학의 몫이다. 정부 재정 의존도가 커진 대학은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교부금을 주장하나, 대학 스스로 혁신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힘들다.

교육부는 향후 초중등 학교 재정지원처럼 교부금을 주는 형태로 재정지원을 단계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최근 재정지원 개편은 그 전초전이다. 그동안 쌓아 둔 적립금을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시점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일반재정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산학협력선도대학(LINC+)도 열쇠를 대학에 건넸다. 각 대학이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산학협력 파트너를 찾아 자율적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 간, 대학과 지역사회 간 협력하는 사례가 주목받는다. 최근 연세대와 포스텍은 공동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 학점과 강의를 공유하고 공동연구도 추진한다.

Photo Image<지난 3월 연세대와 포스텍이 개방형 캠퍼스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평생교육과도 결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베이비붐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는 시점이다. 베이비붐세대는 인구고령화를 심화하는 세대다. 현 노인세대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 자산소득, 전문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를 따라가려는 수요가 높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가 스스로 지식을 구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방성과 유연성을 갖춘 평생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대학의 기능에 평생교육 제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학시스템과 평생교육을 연계하거나 산업밀착형 직업 재교육 등을 유연하게 결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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