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정식 취임했다. 전임 이관섭 사장 사임 3개월 만이다. 한수원은 에너지 분야 대표 공기관인 데다 원자력이라는 막중한 사업을 책임지지만 수개월 동안 시계가 멈춰 있었다. 정 사장이 취임하면서 주춤하던 일정이 다시 시작돼 점차 한수원도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신임 사장을 바라보는 평가는 나쁘지 않다. 정 사장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상공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지식경제부 대변인, 무역정책관, 산업경제정책관, 기획조정실장, 에너지자원실장, 산업경제실장, 차관보 등을 두루 역임했다. 직전에 산업기술진흥원 원장으로 산하기관 경험까지 쌓았다. 산업부에서 잔뼈가 굵어 관련 업무에 정통하고, 에너지자원실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정책을 과감하게 실천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식도 파격이었다. 소통을 강조하며 권위주의를 탈피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경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정 사장은 무선마이크를 착용한 채 기존 관행을 깬 '노타이' 차림으로 참석했다. 틀에 박힌 행사에서 벗어나 직접 소통을 위해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했다. 한수원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한수원은 기로에 서 있다. '탈원전'을 내세우는 정부와 원전 운영이 주된 업무라는 조직의 정체성 사이에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원전 시장을 개척하는 일도 감당해야 할 몫이다.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에너지 분야도 새로운 사업 모델을 요구받고 있다. 모두 신임 사장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무엇보다 직원을 하나로 이끌어야 한다. 취임식에서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전력을 다하자”는 당부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사장과 직원이 한몸으로 한수원 변화와 도약에 앞장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