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된 공인인증서 제도가 올해 안에 폐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인인증서 폐지를 포함한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을 30일 입법 예고했다. 국회 통과 과정이 남았지만 공인인증서를 없애자는 여론이 높아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도입된 지 20년 만에 인증제도가 정부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셈이다.

공인인증서 제도는 1999년 전자서명법 발효로 시행됐다. 초기에는 계약 성사를 확인하는 전자서명 용도로 만들었지만 사설 인증서보다 우월한 법 지위로 공공과 금융기관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표 인증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공인인증서 발급 건수는 2015년 3387만건, 2016년 3545만건, 2017년 3792만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 논리를 외면하고 과도하게 밀어붙임에 따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규제를 혁신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실제 폐해도 컸다. 공인인증서 중심으로 시장 독점이 이뤄지고, 전자서명수단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불편했다. 실행을 위해 '액티브X'를 몇 단계에 걸쳐 설치하고 금융기관을 찾아야 했다. 인증서를 발급받기 어려운 외국인은 전자상거래에 제약이 많았다.

개정안으로 수년 동안 묵혀 온 규제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인증제도 자체가 전혀 의미가 없었다는 건 아니다. 기반 보안 체계인 '공개키(PKI)' 기술은 큰 성과였다. PKI 기술은 여전히 안전성 면에서 탁월, 앞으로 여러 분야에 활용될 예정이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하는 자율주행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이 대표 사례다. 데이터를 주고받을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느냐 여부를 PKI가 해결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 독점이 무너지면서 생체 인증,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이 개발되고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점도 긍정 요소다. 모두 규제가 사라지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기회다. 시장이 항상 정답일 수는 없다. 강한 규제와 시장의 역동성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 공인인증제도가 이를 실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