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헌안에는 국회와 국무총리 권한이 강화됐다. 그 대신 특별사면권 통제, 감사원의 독립기구화, 헌법재판소장 임명권 삭제, 국가원수 표현 삭제 등 대통령 권한은 분산·축소했다. 야당에서 요구해 온 총리의 국회 추천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선거 연령은 만 18세로 하향 조정했다. 26일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이뤄지면 국회에서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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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왼쪽부터)은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개헌안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출처:청와대>.

청와대는 22일 선거제도 개혁, 권력 구조, 사법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헌법개정안 전문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 기간인 26일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헌안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 구조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4년 1차 연임제'를 택했다. 연임제에서는 4년씩 연이어 두 번의 임기 동안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패하면 재출마가 불가능하다.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은 “권력 구조 개편은 국민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면서 “대통령 4년 연임제는 다수 국민의 뜻이며, 특히 4년 연임제로 개헌하더라도 문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도 삭제한다. 대통령이 자의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특별사면을 행사할 때도 사면위원회 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장을 헌법재판관 가운데에서 호선하는 것으로 개정,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했다.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은 독립기관으로 두기로 했다.

쟁점인 국무총리 임명 권한은 국회가 인준하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야당은 제왕형 대통령제를 종식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국무총리의 국회 추천권을 요구했다.

조 수석은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는 긴장관계가 항상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총리와 정당을 달리하면 이중 권력 상태가 계속돼 국정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짙고,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충돌하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연령은 만 18세로 낮췄다. 이에 앞서 국회는 2017년 1월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법안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무산된 바 있다.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국회 구성에 반영되도록 선거의 비례성 원칙도 포함됐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을 합친 득표율은 65% 정도였지만 두 당의 의석 점유율은 80%가 넘었다. 반면에 국민의당과 정의당 합산 득표율은 28%였지만 두 당의 의석 점유율은 15%가 채 되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헌법에 명시했다.

이날 청와대는 사흘에 걸친 대통령 개헌안 부분 공개에 이어 국회와 각당 지도부에 전문을 전달한 뒤 국민에게도 공개했다.

청와대는 계획대로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국회 설득을 위해 다각도로 움직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국회와 상의해 대통령 국회 연설 추진을 검토한다. 또 각 정당 지도부를 만나거나 초청해서 설득할 예정이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오는 26일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더라도 5월 초까지 국회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서 “국회가 논의를 시작해서 합의한다면 여야 할 것 없이 개헌의 호기라고 하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대한민국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