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Ⅹ에 이어 하반기 선보일 OLED 아이폰 물량을 줄이는 움직임이 시작되자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유일한 공급사로 2년여에 걸쳐 대규모 설비를 투자한 삼성디스플레이가 비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소규모 물량이라도 올해 공급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지만 전체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반면 LTPS LCD를 공급하는 중국 패널사에는 청신호다. 플렉시블 OLED에 대규모 투자하고 있지만 애플이 채택 비중을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과 OLED 기술 격차가 상당하지만 6세대 생산 초기 단계인 LG디스플레이를 따라잡는데 시간 여유가 생긴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하는 A3 가동률을 낮추고 중국 등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무턱대고 패널 가격을 낮추기보다 일단 가동률을 조정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A3 가동률은 50% 이하로 떨어졌다.

리지드 OLED는 중국 패널사가 장악한 LTPS LCD에 맞서 힘겹게 경쟁하고 있다. LTPS LCD 시장은 전통적으로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1위, LG디스플레이가 2위였으나 지난해 중국 톈마가 2위로 올라섰다.

특히 톈마 LTPS LCD 출하량은 지난해 4분기 JDI를 넘어서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세계 LTPS LCD 공급 초과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리지드 OLED와 중국 중심의 LTPS LCD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격 인하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애플의 플렉시블 OLED 수요가 주춤해졌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여전히 하이엔드 LCD 위주로 프리미엄 시장에 대응하고 있어 기존 설비 투자 계획을 유지하기에 무리라고 판단했다. 중국의 공격적인 LCD 가격 정책에 맞서기도 힘들다. 샤프가 올해 새롭게 아이폰 LCD 공급사로 합류함에 따라 애플 내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는 세계 플렉시블 OLED 투자가 주춤해졌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공격 투자 기조를 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생산능력을 계속 확대하는 기조 아래 꾸준히 연구개발을 하고 있으므로 최근의 위축된 시장은 곧 격차를 더 벌일 기회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생산능력과 실제 생산량은 차이가 있지만 BOE 같은 회사가 계속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분명히 위협 요인”이라며 “2위 LG디스플레이의 경우 1위와 격차를 좁히고 중국에 추격 빌미를 내주지 않는 과감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실적인 기업 경영 상황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다수다.


한 패널사 관계자는 “뚜렷한 시장 변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 대규모 투자를 하더라도 향후 수년간 감가상각 부담과 가동률에 따른 수익성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현실적으로 생존을 위협하는 큰 숙제”라고 지적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