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자율주행 차량이 보행자 사망사고를 내면서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을 때 사고 시 누가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지 문제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법률 전문가들은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일으킨 첫 번째 사망사고로 인해 앞으로 자동차 및 기술업계가 추진하는 운송 서비스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자율주행 개발에 나선 기업들이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 비밀 배상 협정 등을 맺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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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우버의 자율주행차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끌고 길을 건너던 보행자 얼레인 허츠버그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했다.

당시 사고현장 영상을 본 실비아 무어 템퍼 경찰청장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충돌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서는 차량 충돌 사고에서 고장 발생 여부를 판단하지 못 한다고 밝혔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법학교수이자 자율주행차 전문가인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는 애리조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에서는 보행자가 표시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운전자는 보행자를 치지 않도록 적절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보행자가 갑자기 횡단보도로 뛰어든 상황이라도 자율주행 차량 관련 회사가 법적 책임을 완전히 면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세르게이 렘버그 캘리포니아주 변호사는 차량을 제조하고 운전기술을 공급한 볼보와 우버가 잠재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운전대 뒤에서 차량을 조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시험 운전자'도 피고로 지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버는 사고 조사를 위해 현지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볼보는 사고 차량이 볼보가 맞다고 확인했지만, 차량 제어 소프트웨어는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회사는 작년에 우버에 2만4000대의 무인자동차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자율주행 차량 관련 사고 소송 대부분은 비밀리에 해결됐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오토바이가 자율주행 차량과 충돌해 GM을 고소한 사건이 계류 중이다. 이는 자율주행 차량 관련 최초의 소송이다.

GM은 충돌 보고서에서 샌프란시스코 경찰청이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 원인이 아니라고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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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사망 사건의 책임은 미국 고속도로 안전관리국 및 국가 교통안전위원회 조사 결과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자동차 사고 소송은 일반적으로 운전자가 부주의하게 행동했는지, 아니면 어느 정도 부주의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반대로 자율주행 차량 관련 소송은 자율주행 시스템 설계에 결함이 있는 지 여부를 놓고 벌어질 수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전했다.

설계 결함에서는 운전자 과실이나 부주의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 원고는 제품이 안전하지 않은 고유한 설계상 결함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차량 및 소프트웨어 제작회사는 충돌 시 자동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센서에 수집된 상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 차량이 충돌을 피할 수 없었으며, 모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소송에서 나올 문제 중 하나는 우버나 볼보 또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가 면책 협정을 체결했는지 여부다. 이 계약에서는 기업이 다른 회사의 책임 비용을 부담한다.

자동차 제조사를 대표하는 캘리포니아 소재 변호사인 폴 래퍼티는 자율주행 차량 업계에서 그런 합의가 비밀이며, 보상 분쟁은 일반적으로 비밀리 중재된다고 전했다.

볼보는 우버와 면책 계약을 맺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율주행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사 제니퍼 두카르스키는 GM에 제기된 소송은 단순히 운전 과실 문제만 제기됐다고 전했다. 그는 애리조나 사고에서 제기되는 소송이 설계상 결함을 주장한다면 법적 선례가 돼, 초기 자율주행 차량 산업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미스 교수는 누가 잘못 했든 우버는 대중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소송을 신속하게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