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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보는 한국형 e내비게이션 개념도.

한국형 e내비게이션(스마트 내비게이션) 개발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로 3년차를 맞지만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형 e내비게이션 개발 프로젝트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진하는 해양 e내비게이션(차세대 표준 해상항법시스템) 도입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국비 1308억원을 투입해 진행하는 대형 국책 사업이다.

IMO는 해양 환경보호와 선박 안전운항을 목적으로 e내비게이션을 도입, 국제 항로 운항 선박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육상과 선박 간 통신, 선박과 선박 간 정보 전송과 교환, 사용 정보의 표출, 분석 등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를 표준화·체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선과 해운산업은 물론 조선기자재, 선박IT 등 전방위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내비게이션 개념과 개발 계획이 나온 배경이다. 국내 연안에 IMO e내비게이션의 한국형 축소판을 구축해 연안을 운항하는 선박의 안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글로벌 e내비게이션 환경에 대응하는 기술과 서비스까지 개발한다는 일석이조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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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 운항 어선.

하지만 사업 2년차인 지난해부터 업계에서 프로젝트 전반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개발 기술 실증에서부터 상용화 가능성과 서비스 구현 전망이 어둡고, 추진 계획 자체가 부실하다는 주장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A사 대표는 “사업단 요구에 맞춰 과제를 수행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술이 제대로 구현될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살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하고 혼란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얘기다.

프로젝트는 '한국형 e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위한 핵심기술 연구개발'이 핵심과제로 '사고 취약선박 모니터링 지원' '선내 시스템 원격 모니터링' '최적 안전항로 제공' 등 6개 서비스를 개발해 연안 운항 선박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6개 서비스는 관제센터가 운항 선박에서 기본 정보를 수집하고, 기상 상태와 해도 등 외부 취합 정보와 종합 분석해 다시 선박에 제공하는 공통된 과정으로 구현된다. 육상의 차량 e내비게이션 서비스와 비슷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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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e내비게이션 개발 프로젝트 제1 핵심과제.

그런데 해상에서도 대용량 데이터를 끊이지 않게 전송하고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빠져있다. 프로젝트는 내륙에 최장 100㎞까지 가능한 LTE-M(해상 초고속통신망) 기지국을 세워 활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통신망 구축 사업자는 조만간 선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육상 기지국에서 바다를 오가는 선박에 대용량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항해하는 선박은 파도에 계속 흔들려 기존 통신망을 이용하기 어렵다. 악천후에는 더 어려워진다. 해상통신을 위성에 의존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대용량 정보를 양방향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것도 난제다. 선박에서 정보를 받고, 종합 분석해 선박이 원하는 정보로 가공해 제공하는 것이 실시간으로 가능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유영호 해양대 조선해양IT융합연구소장은 “선박 안전을 위한 정보라면 리얼타임 제공이 중요하다. 날씨, 선박 상태 등 환경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으면 효용성이 떨어져 상용화가 어렵다”면서 “극한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실증 테스트를 거쳐 가능성을 파악한 후 개발로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대상인 어선을 비롯한 중소형 선박 현실과 요구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형 선박은 대부분 통신 장비를 탑재하지 않고 있다. 통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다. 일부는 단속을 회피하기 위해 통신장비를 탑재하지 않기도 한다.

이런 선박에서 정보를 수집한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 해운업체 관계자들은 “중소형 선박 소유자들은 필요한 장비와 통신요금을 무료로 해줘도 선뜻 이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안 선박 운항을 관제하는 전국 16개 해상교통관제(VTS)센터와 연계성을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중복 투자 우려도 제기된다.

초기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한 기관 관계자는 “대형 해상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프로젝트를 급조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또 최근까지 스마트 내비게이션 프로젝트 추진 과정을 지켜봤다는 해양IT업계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서비스 개발에 급급해 정보 수집 대상, 수집 규모, 전송 가능 방법, 수요처 니즈 등 기본 데이터 확보와 조사 과정 없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스마트 내비게이션 사업단 관계자는 “프로젝트 추진 전략에 이미 사용자 중심의 요구사항 분석, 반영, 평가와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법 제도 마련, 산업계 주도 연구개발 추진 등이 포함돼 있다. 프로젝트는 아직 3년이나 남아 있다”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 인프라 구축이나 개별 서비스 개발에 앞서 변수가 많은 해상 환경을 고려한 현장 적용 가능성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 소장은 “e내비게이션에 선제 대응하고 있는 유럽은 서비스나 기술 하나를 개발할 때도 수많은 현장 테스트를 거친다”면서 “여러 변수를 고려한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 후 기술과 서비스 개발,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형 e내비게이션 개발 프로젝트 핵심 과제와 서비스>

<스마트 내비게이션 서비스와 대상, 통신 수단)

[이슈분석]'한국형 e내비게이션 개발 프로젝트' 어디로 가나
[이슈분석]'한국형 e내비게이션 개발 프로젝트' 어디로 가나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