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뤄지는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두고 소상공인 근심이 커지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전제로 한시 연장된 47개 기존 적합업종도 올해 상반기 대거 지정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5일부터 개별 업종 단체별로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인 데 이은 행보다.

연합회 측은 “4월 임시국회 중으로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지난해 한시 연장한 기존 적합업종 마저 지정이 만료돼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전 영역을 잠식할 것”이라며 “개헌과 추경을 비롯해 생계형 적합업종도 4월 국회에서 주요 안건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는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건 정책이다. 음식료, 제과, 도소매 등 자본이나 고도의 기술 대신 단순 노무투입이 많은 '생계형' 사업 분야에 대기업 진입을 막기 위한 법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던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한시적으로 합의기간을 연장한 간장, 고추장, 김치, 두부 등 47개 품목도 오는 6월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다.

이 밖에도 아연분말이 지난달 시장감시 품목 지정 기간이 만료됐다. 내년에는 총 17개 품목에 대한 적합업종이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다. 막걸리, 레미콘, LED조명기구 등 10여개 품목은 이미 올해 1~2월 상생협약 기한이 만료돼 연장 여부를 논의 중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로 인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영세 소상공인업종 침탈이 조금이나마 늦춰졌지만 기간이 하나씩 만료되면서 대기업이 발톱을 드러내며 여지없이 침탈 본색을 보이고 있다”며 “국회가 즉각 나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안 처리에 조속히 나서 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법제화 도입 초기부터 제기됐던 쟁점 조차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일몰 도래 품목만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대상으로 한정할 것인지 여부를 비롯해 적합업종 지정으로 인한 통상 마찰 가능성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20일 공청회를 열어 이런 쟁점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의견 조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관계자는 “연구마다 적합업종 도입에 따른 경제·정책 효과에 대한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며 “적합업종을 정부가 지정하는 방안 자체도 통상규범 저촉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국회 통과에만 급급하기 보다는 지정 만료에 따른 후속 대책 논의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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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연합회 회원사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