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블록체인을 지원하겠다”며 '부처 간 협의 계속'을 강조했다.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시장이 나름대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과열 불법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정리하면 가상화폐 관련 소비자 피해에는 예의 주시하고 블록체인은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상반기에 블록체인 발전 기본계획과 확산 전략을 수립해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예산을 약 3배 증액한 150억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기술 개발, 시범 사업, 인력 양성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 블록체인은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새로운 분야 정도로 이해해서는 블록체인에 내재돼 있는 참뜻이 반감된다. 블록체인은 '제2인터넷 혁명'이다. 인터넷은 세상을 바꾼 혁신 도구 가운데 하나였다. 그만큼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 분야를 뒤흔들 잠재력이 있다. 블록체인을 기술이 아니라 사상이자 철학이라고 말하는 배경이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가상화폐 이전에 블록체인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가상화폐 자체만 놓고 봐서는 해답이 나올 리 만무하다.

블록체인 육성에 공감한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신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시범 사업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일반 산업 지원 정책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규제와 진흥이라는 어정쩡한 입장도 재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블록체인이 대세이자 미래라면 연착륙할 수 있는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 다양한 모델이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투자와 지원, 마케팅과 컨설팅, 미디어와 커뮤니티, 솔루션과 서비스, 플랫폼, 법과 제도, 표준 등을 아우르는 환경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블록체인의 성패는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