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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관장하는 반도체성장펀드 성장단계 투자사업이 이달부터 시작됐다. 당초 이 펀드는 지난해 말까지 결성을 완료하고 올해 초부터 출범했어야 했다. 그러나 운용사로 선정된 투자업체가 민간 매칭 투자자금을 모으는데 애를 먹으면서 당초 계획보다 사업이 두 달가량 연기됐다.

13일 한국성장금융과 반도체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반도체성장펀드 성장단계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L&S벤처캐피탈은 지난달 말 민간 투자자를 유치해 600억원 규모 펀드를 결성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12일 국내 팹리스 업체 한 곳에 대해 첫 투자 심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성장금융이 반도체성장펀드에서 300억원을 약정 출자하고 L&S벤처캐피탈이 민간 투자금 300억원을 모았다. 펀드 결성 시한은 지난해 12월 말까지였으나 계획한 민간 투자금이 잘 모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투자금을 모으는데 애를 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주도 창업·벤처펀드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민간 투자자들이 약정 총액 가운데 절반 이상을 반도체 관련 업체에 투자해야 하는 반도체성장펀드의 운용 조건을 마뜩잖게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바이오나 게임, 앱 분야 투자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성장금융은 반도체성장펀드 2차연도 출자사업에 350억원을 투입키로 하고 오는 16일 위탁운용사 서류 접수를 받는다. 2개 운용사에 175억원씩 출자한다. 운용사는 민간 투자자로부터 동일 금액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L&S벤처캐피탈 사례에서 보듯 민간 투자사를 끌어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월 한국성장금융이 2차연도 반도체성장펀드 출자 사업 설명회를 했는데, 이 자리에 참석했던 잠정 위탁운용사 후보 숫자가 지난해 대비 현격하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회사가 계속 나와줘야 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지금 진행하는 반도체성장펀드가 진정으로 성공해야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성장펀드는 2016년 10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00억원, 250억원씩 출자하고 운용기관으로 들어온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250억원의 추가 출자를 통해 총 1000억원 규모 모펀드로 구성됐다. 민간 운용사가 외부 자금을 일대일로 매칭, 2000억원 규모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L&S벤처캐피탈에 앞서 지난해 6월 반도체성장펀드 창업단계 투자 운용사로 선정된 지유투자는 최소 펀드 구성액인 250억원(한국성장금융이 150억원 출자)을 초과 달성해 현재 투자에 착수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