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이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차세대 공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선두인 국내 패널사보다 먼저 시제품을 선보이고 기술 개발 목표치를 제시했다.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에 맞서 가격 경쟁력 있는 대형 OLED를 양산하기 위한 전략이다.

일본 JOLED와 중국 TCL은 7일과 8일 서울 노보텔앰버서더 강남호텔에서 열린 '2018 OLED 코리아' 세미나에서 잉크젯 프린팅 기술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세계 시장에서 차세대 공정 기술을 선점해 대형 OLED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다. 정식 양산까지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하지만 잉크젯 프린팅 장비와 재료 성능이 상당히 높아져 1~2년 내 양산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JOLED는 최근 8세대 기판 규격에서 300ppi 이상 해상도를 구현하는 잉크젯 프린팅 공정 기반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5세대에서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이용해 의료용 21.6인치 4K OLED 모니터 시제품을 개발했다. 모니터 제조사 아수스(ASUS)에 샘플을 공급했다.

JOLED는 21.6인치 모니터를 양산키로 결정하고 설비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자금난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있어 실제 양산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JOLED는 8세대에서 300ppi 이상 해상도를 달성해 고화질 태블릿PC에 탑재할 수 있는 프린팅 기반 OLED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기존 선보인 21.6인치 4K OLED 모니터 패널은 204ppi 해상도를 구현했다. 200ppi 수준은 20인치대 모니터와 그 이상 크기의 TV 패널로 적합하다. JOLED는 300ppi 이상을 달성해 10인치대에서도 고화질을 구현할 방침이다.

Photo Image
일본 JOLED의 잉크젯 프린팅 기반 4K OLED 패널을 탑재한 대만 아수스의 전문가용 모니터 '프로아트 PQ22UC'. 아수스는 이 제품을 CES 2018에서 공개했다. (사진=아수스)

중국 TCL은 자사가 설립한 잉크젯 프린팅 연구개발 오픈 플랫폼인 '주화 프린팅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에서 최근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31인치 4K OLED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패널 자회사인 차이나스타(CSOT)가 개발에 참여했으며 4.5세대 하프컷 크기의 연구개발 라인에서 제작했다.

TCL은 2019년까지 11세대 규격의 잉크젯 프린팅 양산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화에는 차이나스타, 톈마, CEC-판다를 비롯해 대학, 연구소 등이 참여해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TCL은 내달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국제디스플레이기술콘퍼런스(ICDT)에서 시제품의 구체 스펙을 공개할 예정이다.

제임스 리 TCL 박사는 “최근 주요 재료 기업의 잉크젯 프린팅 재료 성능이 상당한 수준까지 왔다”며 “현재 TCL은 패스트 팔로어지만 대형 잉크젯 프린팅 양산 기술을 갖춰 미래에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끄는 선두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국내 패널사도 일찌감치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모두 내부에 파일럿 라인을 마련하고 시제품을 생산하는 등 지속 연구개발하고 있지만 관련 내용을 공식 언급하거나 외부에 시제품을 공개한 적은 없다.

LG디스플레이는 일본 도쿄일렉트론의 8세대 잉크젯 장비를 기반으로 파일럿 라인을 운용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카티바와 세메스 장비로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14년 카티바 지분에 투자했다. 최근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를 위해 QD-OLED와 잉크젯 기술 개발을 위한 조직을 꾸리기도 했다.

중국 BOE도 이 분야에 공격 투자하는 패널사로 꼽힌다. 지난해 8세대 마더글라스를 6분의 1로 나눠 55인치 1장을 찍어내는 크기의 카티바 장비를 발주했다.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OLED 방식과 잉크젯 프린팅 방식을 놓고 대형 OLED 양산 프로젝트를 지속 검토하며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세대 분야인 잉크젯 프린팅 시장에서 한국이 자칫 경쟁 국가에 추월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대형 OLED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기존 화이트OLED 방식을 건너뛰고 잉크젯 프린팅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본 JOLED의 경우 자금 문제로 양산설비 투자 가능성이 낮다고 점쳐지지만 자체 기술을 충분히 갖춘 만큼 실제 양산을 시작하면 파급력이 클 수 있다고 봤다.

최근 JOLED와 재팬디스플레이(JDI)가 자금 부족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중국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국내 기업에 잠재 위험이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대형 OLED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중국이 더 공격적으로 대형 OLED 시장에 진입했다고 본다”며 “다행히 삼성이 다시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나섰고 LG디스플레이도 10.5세대 양산에 잉크젯 프린팅 도입을 고민하고 있지만 중국의 투자와 개발 속도를 감안하면 이 시장에 중국이 먼저 뛰어들 가능성이 커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