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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통상 압력을 세탁기·태양광에 이어 철강 부문으로 확산시켰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 철강에 최고 53%의 고관세와 수입 할당 등 고강도 무역 규제 조치가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에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러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정치, 경제 압박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앞서 미국의 연이은 업종별 수입 규제 조치에 대한 정부와 기업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수입 철강에 높은 관세 또는 쿼터(할당) 부과를 제안하는 내용의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4월에 시작된 '국가안보 영향조사' 결과에 근거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수입 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무부가 제안한 권고안은 세 가지다. △한국, 브라질, 중국, 코스타리카, 이집트, 인도, 말레이시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베트남 등 12개 국가를 대상으로 53% 관세 부과 △모든 국가에 최소 24%의 관세 일률 부과 △모든 국가 대상으로 각국의 대미 수출액을 2017년의 63% 수준으로 쿼터를 설정하는 것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11일까지 상무부 권고안의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우리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정부는 최종 조치가 확정되기 전까지 미국 이해 관계자 대상의 설득 작업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병행하는 등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상무부 보고서가 공개된 지난 17일 백운규 장관 주재로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에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의 철강 수입 관련 권고안에 따라 고관세와 쿼터 등 조치를 시행할 경우 대미 철강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미국 정부와 의회 등에 대한 아웃리치(외부 접촉)를 강화하고, 피해 최소화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WTO 제소 등 자세한 조치는 신중히 결정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 제소 가능성은 법리 검토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면서 “최종 조치 수준 및 무역과 안보 간 인과 관계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지만 현 시점에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3국으로의 수출처 다변화와 함께 국내 수입 제한 조치를 통해 국내 철강 수요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