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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美 금리인상, 韓 경제 후폭풍…다음달 '금리역전' 가시화

발행일2018.0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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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Image<ⓒ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리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당장 다음 달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 '금리역전'이 발생한다. 자본유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국은 잇따라 금리를 높이는데 한국은행이 속도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이 덩달아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가계부채 문제가 현실화 될 수 있다. 작년 14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 뇌관으로 꼽힌다. 통화당국의 '운용의 묘'가 절실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가팔라진 美 금리인상 속도…올해 4번 올린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서 미국이 연내 4회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 예상(3차례 인상)보다 가파른 금리인상 속도를 시사한 것이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조사대상 16개 투자은행 모두 3월 금리인상을 예상했다”며 “연중 금리인상 횟수를 2회로 전망한 기관은 줄고 3~4회 전망 기관은 늘어나는 등 상향조정 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 미시건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기대 인플레이션(경제주체의 물가 전망)은 단기(2017년 12월 2.7% → 2018년 1월 2.8%)와 장기(2.4% → 2.5%) 모두 전월대비 소폭 상승했다. 1월 30~3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관련 표현이 다소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FOMC는 물가와 관련해 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2%를 하회하고 있지만 연내 상승해 중기적으로 2%에 수렴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런 인식을 배경으로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가 적절하다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고 밝혔다.

시장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 후임으로 지난 5일(현지시간) 취임한 제롬 파월 의장의 성향에도 주목한다. 파월 의장은 옐런과 함께 비둘기파(금리인하 성향)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매파(금리인상 성향)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Photo Image<ⓒ게티이미지뱅크>

◇다음 달 韓美 금리역전 '유력'…자본유출 우려

다음 달 파월 의장이 처음 진행하는 FOMC가 열린다. 시장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경우 미국 금리는 1.50~1.75%가 된다.

미국 금리가 1.50~1.75%까지 오르면 우리나라가 직접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 기준금리(1.50%)와 미국 금리(상단금리 기준)가 역전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지만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기자설명회에서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가 중요한 고려요인이지만 그것만 보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 사이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꾸준히 낮춰왔다. 반대로 미국은 2015년 제로금리를 탈출한 후 지속 금리를 높여 다음 달 한미 간 금리역전이 가시화 됐다.

금리역전 시 외국인 투자자금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은 700조원에 달해 급격한 유출시 우리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여러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 의사록에서도 일부 금통위원이 이런 우려를 제기했다.

한 금통위원은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가 더욱 진전되면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 당시와 같이 신흥국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금리역전이 일어나도 당장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과거 두 차례 금리가 역전됐을 때 자본유출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금리역전 후 수개월 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렸고, 당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높아 외국인이 자금 회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역전된다고 당장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장기 시각에서는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hoto Image<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준금리, 어디까지 올릴까…가계부채가 문제

자본유출 우려에도 한은이 마음대로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것은 가계부채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높이면 은행의 시중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가계부채보다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속도가 느린 상황이라 시중금리가 오르면 당장 어려움에 처하는 가계가 많아진다.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이미 1400조원을 넘어 '위험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419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2%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 대출(가계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더한 금액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치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추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지난해 3분기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며 “더 낮은 한 자릿수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것도 기준금리 인상에 부담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대를 회복했지만 최근 건설경기 침체, 취업난 등으로 성장세 지속을 장담하기 어렵다.

시장은 한은이 결국 기준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달 한은 금통위에서 최소 3명 금통위원이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시장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평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달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론적으로 보면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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