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국이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초고화질(UHD) 방송 전송기술로 평창동계올림픽 생중계에 성공했다. 세계 방송 시장에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이상훈)은 8일부터 미국 씨비씨(CBC)와 ATSC(북미 지상파 디지털 방송 표준화 기구) 3.0 기반 계층분할다중화(LDM) 기술로 UHD 및 이동 고화질(HD) 방송을 생중계하는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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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분할다중화(LDM) 기술을 이용해 평창올림픽 현장을 UHD 및 모바일 HD 화질로 수신하는 모습

LDM 기술은 두 개 이상 방송신호를 서로 다른 계층으로 나눠 전송하는 기술이다. 하나의 채널에서 UHD, 이동 HD 방송을 볼 수 있다. 유럽방송표준(DVB)의 '시분할다중화(TDM) 기술'에 비해 약 3~4배 수신 성능이 우수하다. ATSC가 2016년 1월 북미표준인 ATSC 3.0으로 최종 확정한 기술이다.

ETRI는 CBC와 함께 방송분석 모니터링 장비(프로페셔널 수신기), 동글(Dongle)형 이동 수신기, 와이파이(Wi-Fi) 재전송 수신시스템을 선보여 UHD 중계가 가능하게 했다. 방송 커버리지, 간섭 분석 관련 기술자문 및 협력으로 원활한 방송이 이뤄지도록 했다. 풀(Full) HD 방송도 시속 약 130㎞의 고속 환경에서 수신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번 생중계에는 ETRI, 클레버로직, 카이미디어, 애니퓨처텍, 로와시스 등 국내기업이 공동 참여했다.

ETRI는 이번 생중계 성공이 ATSC 3.0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이번 방송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ATSC 3.0 방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북미표준을 쓰는 캐나다, 멕시코 방송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TRI는 이밖에 남미, 인도에도 ATC 3.0 방송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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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익 ETRI 책임연구원, 매트 브랜디스 CBC 수퍼바이저가 차량에서 LDM 신호 수신 상태를 분석하는 모습

ATSC 3.0 방송기술이 확산되면 관련 표준을 채택한 나라의 TV에 ETRI의 LDM 기술이 적용된다. 핵심표준특허를 통한 기술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북미지역 내 연간 TV 판매량만 4~5000만대에 이른다.


김흥묵 ETRI 미디어전송연구그룹장은 “ETRI가 개발한 LDM 기술이 UHD 방송 최대 수요지인 북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면서 “세계 ATSC 3.0 방송시장의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