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최대 발광다이오드(LED) 업체와 손잡고 마이크로 LED TV를 상용화한다. 마이크로 LED TV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LED로 화소를 구성한 차세대 TV다. 세계 1위 TV 제조사이자 LED 사업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자체 LED가 아닌 중국 업체의 기술을 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LED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벌여 온 중국이 미래 먹거리인 마이크로 LED 시장에서도 '경계 대상 1호'로 떠올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싼안광뎬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 회사가 생산하는 마이크로 LED를 최우선 구매하기로 했다. 싼안광뎬도 삼성전자에 마이크로 LED를 독점 공급하며, 양사는 3년 동안 배타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전략적 제휴를 다짐하는 의미에서 싼안광뎬에 선급금 1683만달러(약 184억원) 지급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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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이번 제휴는 마이크로 LED TV를 염두에 둔 것이다. 마이크로 LED TV는 초소형 LED가 화소(픽셀·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이루는 TV다. 백라이트나 컬러 필터 없이 자체 발광, 밝기·명암비·색재현력 등에서 우수하다. 다만 수많은 LED가 필요하다. 4K 해상도 TV 1대를 만드는데 필요한 LED칩만 약 2600만개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TV 제조에 필요한 대규모 LED를 수급하고 싼안광뎬은 공급처를 안정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양사 간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싼안광뎬은 일반에 생소하지만 중국 최대 LED칩 제조사다.

양사의 이번 협력이 주목되는 건 삼성전자가 중국과 손을 맞잡은 점이다. 삼성전자는 LED를 직접 제조하고 있다. 전자 내 LED사업팀에서 LED칩과 패키지를 만든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TV를 담당하는 사업부는 중국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이다. 이는 중국의 LED 경쟁력이 앞서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LED를 선정하고 LED 사업을 본격 육성했다. 사파이어 잉곳부터 완제품까지 사업화에 의욕을 내고 추진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공급 과잉으로 세계 LED 시장은 치킨게임에 빠져들었고, 삼성 LED 사업은 결국 적자를 면치 못하고 구조조정에 이르게 됐다. 지속된 경쟁력 상실이 결국 '마이크로 LED'라는 새로운 시장 기회를 놓치게 된 원인으로 보인다.

반면에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중국은 마이크로 LED 시장까지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TV 제조사다. 삼성은 마이크로 LED를 차세대 전략 제품으로 육성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LED를 이용한 극장용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이제는 마이크로 LED로 가정용 TV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만큼 LED 수요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을 중국이 선점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도 버거운 한국 LED 산업의 경쟁자가 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LED 업체 한 관계자는 “싼안광뎬이 삼성과의 협력을 위해 지난해 말 LED 제조에 필수 장비인 MOCVD 150대를 주문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기관 마케츠&마케츠에 따르면 마이크로 LED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5000만달러에서 2025년 199억2000만달러로 연평균 54.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상용화를 위해 싼안광뎬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면서 “다만 필요 시 다양한 업체와도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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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월 CES에서 선보인 마이크로 LED TV '더월'(자료: 삼성전자)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