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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국회 공전에 표류하는 ICT 쟁점법률(안)

발행일2018.02.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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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ICT) 쟁점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 1차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서 논의할 유료방송 합산 규제와 이동통신단말기 분리공시제 등 현안 45건의 법률(안)을 확정했다.

Photo Image<국회>

그러나 여야 대립으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방기한 가운데 기업은 찬반을 떠나 일단은 조속한 결론으로 사업 불확실성을 제거해 달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합산 규제

유료방송 합산 규제는 이통사와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을 관통할 핵심 쟁점이다.

합산 규제는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가입자를 합산해서 특정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제도다. 3년 한시법으로 제정돼 2015년 6월부터 시행됐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6월 27일 자동 일몰된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합산 규제 일몰 조항 폐지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IPTV)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 상정, 논쟁을 촉발시켰다.

신 의원은 특정 사업자의 독·과점 지배를 제한하고 매체 간 균형 발전이 가능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합산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의원을 비롯해 합산 규제 찬성 진영은 KT의 유료방송 시장 지배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몰이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KT 유료방송 점유율은 합산 규제 시행 이전의 29.3%(817만6000명)에서 지난해 6월 30.5%(926만명)로 상승했다. 일단 제동 장치가 사라진 이후에는 KT의 유료방송 시장 독점을 견제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일몰 폐지 반대 논리의 하나다.

반면에 KT는 합산 규제가 유료방송 시장에 과도한 제약을 가한다며 일몰 자동 폐기를 바라고 있다. KT는 시장점유율 제한까지 약 2.8%포인트(P) 남았다. 공격형 영업에 나서기 어려운 처지다. 현재 추세라면 KT는 2~3년 안에 점유율 제한에 걸려 소비자가 유료방송 결합 상품을 통한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등 예상하지 못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방송 플랫폼은 콘텐츠와 무관한 기술 도구로, 여론 지배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도 거듭 개진하고 있다.

합산 규제는 유료방송 인수합병(M&A) 등 시장 구조 조정과 직결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유료방송 사업자 간 M&A 과정에서 33%의 점유율이 제한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합산 규제 일몰 또는 유지에 따라 유료방송 사업자의 M&A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6·30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 입법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소한 논의 절차 없이 법률(안)이 자동 폐기돼선 안 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합산 규제 유지 또는 자동 폐기 이외에도 방송법 개정(안), 임시 연장 등 통과 이전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섣부른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유료방송 사업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분리공시제

이통사와 제조사 단말기 지원금을 구분해서 공시하는 분리공시제도는 이통 시장에 거대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분리공시제는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관련 핵심 국정 과제로, 이해 관계자 간 입장이 조율된 것으로 보이지만 물밑에선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등 여야에서 6개 유사 법률(안)을 동시에 상정했다.

분리공시제는 이용자에게 정확한 단말기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현행 제도에서는 이통사가 제공하는 지원금과 단말기 제조사가 제공하는 지원금을 합산 공시, 정확한 기여분을 알수가 없다. 제조사 지원금의 기여분이 공개되면 이용자가 제조사 마케팅 비용을 알 수 있어 단말기 가격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분리공시제의 도입 논리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제조사 간 지원금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재돼 있다.

분리공시제는 표면상 이해 관계자들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분리공시제에 우려를 표시한 삼성전자는 물론 LG전자 등 제조사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조건부 찬성 또는 적극 찬성 입장으로 선회하며 국회 결정에 긍정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분리공시제가 사업 전략과 일선 영업 현장에 미칠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동일한 가격 정책을 채택하는 가운데 지원금 공개 압력을 받는다고 해서 국내 시장에만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대표 논리다.

영업 비밀 침해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제조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이통사에 각각 다른 규모의 지원금을 제공하면서 철저한 비밀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시장에서만 지원금 규모를 공개하면 해외 시장에서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국회에 상정된 법률(안) 가운데 망 중립성 강화 또는 완화 법률(안), 포털 사업자에 대한 수평 규제 법률(안)은 ICT 경쟁 질서를 뒤흔들 민감한 법이다.

ICT 기업은 찬성과 반대 입장을 떠나 통과 또는 폐기 여부 등 조속한 결론을 요구했다. 규제 변화의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사업 전략 등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11일 “명절 이후 지방선거 일정으로 국회가 사실상 공전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방송 공정성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겹치면서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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