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대기업이 장비·재료·부품 협력업체 신제품 개발을 돕기 위해 양산라인을 개방, 성능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파격 조치라는 평가다. 대기업 공장이 '테스트베드'로 활용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자사 제품 생산을 일부 줄이면서 협력업체에 자원을 할당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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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와 대기업, 중소·중견 기업은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상생발전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의 의미는 연간 성능평가 횟수를 적시했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연간 70회, 디스플레이는 30회로 정해졌다. 통상 성능평가 기간은 6개월이 소요된다. 재료비와 인건비, 해당 기간 동안 생산 유실 금액을 합하면 성능평가에는 건당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20억원 규모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후방 산업계는 이번 합의로 별다른 비용을 내지 않고 대기업에 성능평가를 의뢰할 수 있게 됐다. 평가를 완료하면 판로 확보가 용이하다. 이 사업의 컨트롤타워는 각 산업 협회가 맡기로 했다.

◇반도체 미래 먹거리 확보

이날 행사에서 눈길을 끈 발표는 미래 발전전략이었다. 산업부는 미래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R&D)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K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2K에서 K는 Kilo(1000)를 의미한다. 지금보다 성능을 1000배 높이면서도 전력소모량은 100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반도체를 개발한다. 그래서 2K로 이름 붙여졌다.

이 과제는 지난해부터 산업부와 과기정통부를 주축으로 기획됐다.<관련기사 2017년 8월 22일자 1면 참조>

이처럼 성능을 확대하고 전력소모량을 줄이려면 소재, 공정, 설계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소재 분야에선 실리콘카바이드(SiC), 텔룰라이드(GST),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 실리콘(Si)을 넘어서는 신소재 상용화 기술 연구가 이뤄진다. 공정 분야에선 나노 단위를 초월하는 피코 레벨(1000피코=1나노) 공정 기술을 연구한다. 설계 분야에선 사람의 뇌 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 기반 칩과 이를 활용한 초병렬 컴퓨팅 시스템, 인공지능(AI)을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탑재하는 에지 컴퓨팅(Edge-computing) 기술을 개발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이 같은 R&D를 추진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 저변 확대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창업·설계·디자인·시제품 제작까지 라이프사이클을 지원하는 '시스템반도체 활성화 지원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를 구축한다. 이 작업에는 국내 유수의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협회는 디자인하우스와 연계해 외산 반도체 설계툴(EDA)을 공동구매하는 형태로 협력을 시작했다.


지난해 조성한 반도체 성장펀드는 내년까지 투자완료하고 이후 2000억원을 추가로 조성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아울러 올 상반기 중으로 자동차, 가전, 에너지, 바이오, 기계 산업계와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해 신시창을 창출하기로 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