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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7일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추진방안'을 확정하며 “현장의 작은 과제를 발 빠르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과 같은 큰 틀의 규제혁신은 작업에 비교적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당장 해결 가능한 현장규제부터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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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확정한 50개 규제혁신 과제는 △경제(27건) △신서비스시장(14건) △행정규제·그림자규제(9건)으로 구분했다. 개선 시기를 1분기 17건, 2~3분기 12건, 4분기 이후 21건으로 명시한 것은 '신속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정부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큰 틀의 규제혁신이 동반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현장규제 개혁 속도를 높이고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깐깐했던 '외국인 렌터카' 쉽게…날씨보험 새로 도입

이번 확정한 규제혁신 과제에는 서비스 분야가 대거 포함된 게 특징이다. 정부는 이날 '서비스 R&D 추진전략'을 함께 발표하며 서비스 산업 경쟁력 제고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외국인 렌터가 임차 요건을 완화한다.

정부는 소규모 외국인 관광객(2~10인)이 증가하고 있지만 적합한 차량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여행업체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신해 렌터카를 임차하려면 외국인 서명이 있는 위임장이 필요한 등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여행계약서를 근거로 위임장 없이 여행업체가 대리 계약할 수 있도록 한다.

날씨보험 도입기반 마련도 눈에 띈다. 종전에는 날씨 변동에 따른 기업 손실보장용 보험이 사실상 없었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기상청과 보험사 협력을 바탕으로 날씨보험요율 산정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날씨보험 시장이 새로 창출되고 기상산업이 동반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 내 클라우드 이용 규제를 낮춰 디지털 교육을 촉진한다. 지금은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학교장에게만 책임을 묻는 등 비합리적 규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사고 발생시 시스템 제공자와 학교장이 책임을 분담하며, 종전 의무였던 무선공유기 보안성 검토는 교육 목적에 한해 면제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꼽히는 헬스케어 부분에 대한 현장규제 개혁이 두드러졌다.

의료인만 가능한 의료법상 의료행위가 불명확해 새로운 헬스케어 제품·서비스 출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 '원스톱 유권해석'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준이 비교적 명확한 사안은 소관부처가 해석하되, 주요 사안은 신설하는 '민관 합동 법령해석팀'이 맡아 빠르게 유권해석을 내린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명확히 구분해 비의료기관이 모바일 앱,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건강관리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규제 완화…전력 공공데이터 대폭 개방

정부는 경제 분야에서 총 27개 규제혁신 과제를 확정했다. 과도한 입지규제, 행정부담, 시설요건 등 현장에서 실제 불편을 느끼는 애로를 속도감 있게 개선한다는 목표다.

고용·산재보험 규제 개선을 통한 일자리 창출 노력이 눈에 띈다.

종전에는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의 사업주는 산재보험 가입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사업주가 산재보험 가입을 위해 고용 확대를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다. 정부는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 사업주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을 연내 개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추가 고용을 가로막는 고용인원 기준을 개선해 고용창출 여력이 있는 업체의 추가 고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데이터 개방 수준이 중국·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다고 판단, 관련 규제를 개선한다.

전력 공공데이터 개방 범위를 대폭 확대해 연관 산업 창출을 촉진한다. 종전에는 전력사용량정보 6개월분만 제공했다. 앞으로는 2년분 전력사용량과 더불어 전기요금제, 요금결제내역 등 정보를 추가 제공한다. 에너지 컨설팅,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에너지 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신산업 비즈니스 개발 촉진이 기대된다.

화물 외부반출이 미미한 특수항만은 교통영향평가를 면제한다. 종전 기준으로는 항만건설시(연간 하역 150만톤 이상) 교통영향평가가 의무였다. 특수항만에 교통영향평가를 면제해 6개월 이상 사업기간이 단축되고 8000만원 이상 용역비용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큰 틀 규제혁신 함께가야…“속도 더 높여야” 목소리도

50개 과제 가운데 경제(27건), 신서비스시장(14건) 부문이 범부처 과제라면 9개 행정규제·그림자규제는 모두 기재부 소관이다.

기재부는 유사·중복 공공기관 운영지침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 외국환거래 신고 부담 완화, 국유재산 매각대금 분납기간 연장을 추진한다. 오후 5시 30분에 마감하는 우정사업본부 금융전산망을 통한 금융거래 허용, 통관시 할당·양허관세율 신청기간 연장 등도 눈에 띈다.

기재부는 “법 개정이 필요없는 행정규제, 그림자규제부터 신속히 개선하겠다”며 “기재부 등 각 부처가 소관 규제혁신 모범사례 공유해 타부처로 확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소관 규제혁신 과제 외 다른 41개 과제도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사안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규제혁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업계는 정부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규제 샌드박스, 규제프리존 등 큰 틀의 규제개선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규제 혁신 만으로는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규제 샌드박스 입법과제를 포함해 기존 국회 발의된 규제프리존특별법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장규제 혁신 속도를 더 높이고,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연간 50개 과제 추진이 결코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다음 단계로는 규제개선을 막고 있는 기득권, 이해관계 등에 대해 수요자인 국민 입장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며 “필요시 조정, 합리적 보상 등을 통해 신시장·신수요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우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