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삼성그룹의 경영 시계가 작동을 시작한다. 물밑에서 시기를 저울질해 온 'P2-프로젝트'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P2-프로젝트'는 평택 반도체 2공장 건설 계획, 오너리스크 불확실성으로 대외에 공개되지 않았을 뿐 전문가 집단에서는 결정만 남은 사안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미 삼성물산이 올해 초부터 평택 1공장 인근에 2공장 땅 다지기를 시작했고, 일부 기본 설비업체에 공사 수주도 진행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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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규모인 삼성전자 평택반도체 1공장을 하나 더 짓는 프로젝트다. 계획은 세우더라도 결단은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면 내리기 어려운 중대한 결정이다. 챙겨봐야 할 사안도 방대해 컨트롤타워가 마비된 상황에서 옥중의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판단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7일 열릴 경영위원회에서 P2-프로젝트가 베일을 벗고 공식 승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조원이 투입되며, 내년 상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경영위에서의 확정 이후 생산 제품, 투자 규모, 가동 시기 등은 시황을 고려해 최종 결정된다. 이는 이 부회장 석방 이후 내린 첫 투자 결정으로 기록된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2017년을 '뉴삼성' 원년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국을 마비시킨 최순실 사태로 삼성은 그룹 전체가 얼어붙었다. 최종결정권자가 돌아오면서 삼성은 P2-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밀린 현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등 신사업 확대와 이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투자 리스크가 큰 경영 활동이 재개된다.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 복귀를 공식 선언할 시점은 아직 확실치 않다. 홍역을 치른 삼성은 미래 청사진 작업과 병행해 경영 투명성을 높여 신뢰 회복에도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353일' 늦어졌을 뿐이다. 창립 80주년을 맞는 올해가 지난해 선언한 '뉴삼성'의 새로운 원년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