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대출 흐름 중 단연 눈길을 끈 부분은 신용대출이었다.

통상 한국의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주택대출 증가세가 상당부분 둔화한 데 비해 신용대출이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지난해 일반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으로 구성된 기타대출은 은행권 기준으로 21조6000억원이 늘었다.

2015년 연간 증가폭이 8조원, 2016년이 12조9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폭증'이란 단어를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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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신용대출이 갑자기 왜 이렇게 폭증했냐고 했을 때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어떤 용도로 자금을 썼는지 추적해야 하는데 그런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경제·금융시장 여건으로 미뤄볼 때 몇가지 설득력 있는 가설이 있을 뿐이다.

가장 희망적인 가설은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 증가다. 카드결제 계좌가 마이너스통장과 연동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주체들이 더 많이 소비하면서 대출도 늘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공급 측면의 가설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4월, 카카오뱅크가 7월에 출범하면서 고객들이 은행 점포에 가지 않고도 신용대출을 받게 되자 신용대출이 늘었다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가상화폐 시장이다. 쉽게 말해 신용대출을 받아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했다는 가설이다.

지난달 12일 기준 은행의 가상화폐 가상계좌 잔고는 2조670억원이었다. 이는 1년 전 322억원 대비 64배 늘어난 규모다.

이 과정에서 신용대출금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증시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21.8%, 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26.4%로 그야말로 뜨거운 한해였다.

마지막으로 주택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 효과를 생각해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가 대출한도 축소로 이어지면서 경제 주체들이 모자라는 자금을 신용대출로 조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당국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진행 상황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호기자 jho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