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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내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조직의 부재로 인한 피해가 상상외로 크다. 정보통신 컨트롤 타워 부재라는 지적에 이어 최근에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정책에 대한 청와대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관련 산업 기술과 파급력, 업계와 국민 입장이 주요 정책 수립 과정에서 배제되기 일쑤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자문회의)는 물론 ICT 주무 부처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15일 청와대에 따르면 경제수석실이 가상화폐(블록체인) 정책을 지휘하면서 기술과 산업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 일변도 대책이 돌출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각 부처에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대응책을 지시했다. 이후 부처별로 설익은 대책이 나왔다. 최근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 방안을 던지고, 청와대가 곧바로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밝히는 등 우왕좌왕했다. 15일에는 국무조정실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카드가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모호한 입장으로, 논란의 불씨가 여전하다.

국민과 산업계는 청와대와 정부가 기술·산업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경제수석실 중심으로 비서진과 부처 관계자가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회의 참가자 가운데 ICT 전문가는 전무한 실정이다. 경제수석실 산업정책비서관실에서 ICT 산업을 챙기고 있지만 주 업무가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 ICT 정책을 맡은 미래수석실이 문재인 정부 들어 공중분해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보좌관실이 신설됐지만 ICT보다는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가상화폐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 활용의 근본을 제한, 산업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라면서 “기술과 산업의 기본 이해가 있어야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하고 있다”면서 “기술 자문은 과기보좌관실을 통해 전달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부 부처 간 논의에서도 기술과 산업 차원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법무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중심으로 범정부 대응책이 논의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의견은 사실상 배제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법무부가 거래소 폐기 등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드는 분위기 속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한다 하더라도 먹히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정부 간 큰 이견이 없다는 중론 속에서 기술은 묻힐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4차위와 자문회의에도 별도의 기술 자문을 하지 않았다.

자문회의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별도의 요청을 했다면 긴급자문회의를 열어 기술 의견을 전할 수 있지만 아직은 없다”면서 “이미 내부에서 정해 놓은 방향이 있기 때문에 추가 기술 자문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규제를 찬성하는 측은 최근 과열현상을 노무현 정권 시절 '바다이야기'에 빗댄다. 가상화폐 시장을 도박 산업으로 몰고 간다. 반면 기술·산업계는 블록체인에 대한 향후 기술 전망, 광범위한 활용도를 전반적으로 고려한 균형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규건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가상화폐 대책 등을 논의할 때 시장 영향 등과 함께 기술의 가치도 균형 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