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용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 방침을 철회했다. 이는 가상계좌에 대한 사실상 폐지를 의미한다. 가상화폐거래소와 투자자 혼란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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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정부가 특별대책을 통해 발표한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특별대책을 통해 가상화폐 취급업자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는 거래자의 실명계좌와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동일은행 계좌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가상계좌 서비스로 거래자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실명확인에 입각한 가상계좌마저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실명확인이 되든 안 되든 가상화폐 거래용 가상계좌는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은 또 3개 거래소(빗썸, 코빗, 이야랩스)에 10일 공문을 보내 기존 가상계좌에 대한 정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특히 15일을 기해 기존 가상계좌로 입금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기존 가상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출금은 허용한다. 출금은 허용하되 입금을 중단하면 기존 가상계좌 거래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신한은행의 이 같은 결정에 여타 시중은행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기업은행도 실명확인 입출금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계좌도 점진적으로 폐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KEB하나은행도 시장 상황이 워낙 혼란스러워서 기한 내 도입 여부는 추후 상황을 보면서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과 거래하는 가상화폐거래소는 법인계좌 밑에 다수 개인의 거래를 담는 일명 '벌집계좌'로 방향을 전환하거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적용하는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은행으로 옮겨야 한다.

법인계좌 밑에 다수 개인의 거래를 담는 벌집계좌는 장부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고객을 수용할 수 없다. 가상계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사들이 모두 가상계좌 중단 조치를 취할 경우 가상통화 거래는 단순히 위축되는 수준을 넘어 오프라인 형태로 음성화될 수도 있다.


은행들은 긴급 회의를 열어 가상계좌 서비스의 제공 여부와 실명확인 서비스 등을 논의한다. 가상화폐 거래에 사용돼 온 기존 가상계좌를 폐쇄하는 극약 처방이 내려질 지 여부도 이 자리에서 가닥을 잡을 전망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