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물결에 잘 대응하려면 행정부 차원의 노력만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행정부 각 부처에 갇혀 있는 과제를 끄집어내 국가 차원에서 추동하는 역할을 한다면 국회 또한 법·제도의 능동 개선으로 이를 뒷받침하거나 장려할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지난해 말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해 출범한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가 그 중책을 맡았다.

4차특위는 정세균 의장이 사실상 총대를 메고 여야 합의로 만든 기구다. 정 의장의 의지와 설득력이 없었다면 탄생은 꿈도 못 꿀 조직이었다. 그만큼 정 의장의 애착으로 꾸려진 소중한 정치 자산이다.

사실 정 의장으로선 임기가 5월 말인 만큼 특위 활동 시한도 5월 29일로 정해져 있어 시간상 촉박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느긋하게 뭔가를 기다리기보다는 눈에 띄는 결과물을 압축해서 내놓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국회는 우선 '4차 산업혁명 대응 입법 과제'를 52건으로 간추렸다. 융합 신산업 진입 장벽 완화 등 진입 규제 조항과 빅데이터,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등 신산업 분야 인·허가 제도 등이 망라됐다. 행정부 차원에서 관련법 제·개정을 통해 추진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해결도 버거울 정도로 복잡한 사안이 많다.

국회가 단계를 줄여서 직접 손을 댄다면 개정 범위와 속도가 훨씬 넓어지고 빨라질 수 있다. 4차특위의 활동 기한 효과를 극대화하는 측면도 기대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인 '백화점식 규제'를 풀 수 있는 힘은 현재 정치 구조로 볼 때 국회에 있다. 여야 합의로 탄생한 4차특위가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행정부가 선언만 해 놓고 쉽사리 진전을 못 보고 있는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이번 정부 임기 안에 이룰 수 있다.

네거티브 전환의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다면 이는 정 의장이 우리나라 국회의장으로서 이룬 가장 큰 공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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